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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도구

Carl Zeiss Sonnar 50mm f1.5 Contax Mount

 이 렌즈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위해 많은 변명과 핑계와도 같은 리뷰를 써왔다. 드디어 캐논 DSRL에서 모든 것을 바꾸고 라이카까지 사게 만든 이 렌즈에 대해 리뷰를 시작 해보고자 한다. 일단 이 렌즈는 콘탁스 레인지 파인더 바디에서 사용 할 수 있는 렌즈이다. 렌즈 자체에는 초점을 조절하는 어떤 장치도 없다. 억지스럽긴 하지만 어댑터를 사용하여 라이카 M 마운트로 사용 할 수있다. '아마데오 어댑터'라고 불리는 이 어댑터는 단순한 마운트 변환 어댑터는 아니다. 초점을 맞출 수 있는 헬리코이드 어댑터의 의미도 있지만 초점에 따라 라이카 바디의 레인지 파인더와 연동 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기능도 있다.  

 

 M 마운트의 범용성을 활용하기 위해 어댑터를 분리해서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마데오 어댑터를 가장 유용하게 사용 할 수 있는 라이카 M240과 함께 사용할 때 가장 덜 억지스럽다. 아마데오 어댑터와 렌즈의 모양새 때문에 마치 침동형 렌즈 처럼 보이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 중 하나이다. 그 외에도 a7m2 + Techart LMEA7 를 활용 하거나 X-Pro1 + M 마운트 헬리코이드 어댑터와 함께 사용 하였다. 여기서도 한번 더 아쉬움을 토로해 보자면  X-Pro1으로 이 렌즈를 제 화각으로 사용 할 수 있었다면 M240을 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 해보면 이 렌즈 덕에 라이카를 샀으니 참으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족을 붙이자면 Zeiss Opton 으로 레터링이 되어있고 T 코팅이 빨간색으로 표시되어있는 렌즈였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렌즈의 최상의 상태임을 감안하면 이런 렌즈를 소유 할 수 있는 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하다. T 코팅이 되어있다는 표시는 없지만 연보라빛으로 은은히 반사되는 렌즈를 보면 Zeiss의 심볼인 T 코팅이 적용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조리개는 무단 조리개이며 블레이드 수는 12개 이다. 조리개 모양이 아주 특이한데 f1.5~2.0 까지는 원형을 유지하다가 f2.8~5.6 까지는 톱니 모양이 되었다가 f8.0~16 구간에서는 다시 원형에 까까운 조리개가 된다. 렌즈 전체가 회전하면서 초점을 맞춰야 해서 그런지 조리개 인디케이터가 렌즈 앞뒤로 모두 표시 되어있다. 필터 사이즈는 40.5mm 이다. 


 Carl Zeiss Sonnar 85mm f2.8 C/Y mount 렌즈와 마찬가지로 최대개방으로 찍는 컷 마다 '조나 룩'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피사체와 거리가 3~5m 정도에서 배경과 피사체의 거리가 가깝거나 전경흐림을 보기위해 초점을 무한대 근처로 이동 했을 때는 효과가 거의 없다. 다만 흐려진 배경이나 전경이 매우 지저분하여 이 것이 올드렌즈의 사진이구나 하는 느낌은 확실히 있다.

 

 하지만 아마데오 어댑터로 가능한 최소초점거리인 1m 근방에서는 완전히 다른 렌즈가 된다. 이미지 중앙은 원형, 이미지 주변부는 중앙으로 모여드는 찹쌀떡 모양의 보케가 발생하며 배경 흐림은 붓으로 펴 발라 입체감을 살려주는 느낌이다. 배경으로 나무가지 처럼 얇은 물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으면 더욱 화려한 배경흐림을 보여준다.

 

 a7m2 와 Techart LMEA7를 사용하면 최소초점 길이를 더욱 줄일 수 있다. 피사체와 거리가 줄어들면 효과가 조나식 보케는 더욱 강해진다. 보케의 크기가 더욱 커지고 배경흐림은 더욱 강하게 뭉게진다. 사실 이쯤 되면 배경의 입체감은 사라지기 때문에 피사체와의 거리가 1~3m 즈음일 때 발생하는 배경 흐림과 보케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최대 개방에서 화려한 보케와 배경흐림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긴 하지만 올드렌즈답게 수차도 꽤나 강하게 발생하고 초점이 맞은 부분이라도 약간의 소프트함이 있다.

 

 하지만 f2.8정도만 조여도 중앙부 선예도는 극에 달한다.

 

 그리고 f5.6 및 그 이상까지 조여주면 모든 디테일이 선명해진다. 

 

 플레어는 무지개 빛으로 발생하며 각도가 잘 맞으면 이중으로도 발생한다. 적당히 조였을 때는 빛샘 같이 번지는 형태의 플레어도 발생한다. 야갼에 직광에 의한 고스트도 꽤나 자주 발생했었다. 

 

 빛 갈라짐은 조리개 날수와 같은 12방향이여야 하는데 어떨때는 24갈래로 발생하기도 한다. 아마도 조리개 수치에 따라 완벽한 다각형 형태가 아닌 점 때문이 아닐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조리개를 많이 조인 상태에서 강한 직광을 받으면 조리개 면이 반사된 것이 다시 유리면에 반사되어 이미지에 남기도 한다. f5.6구간에서 보케를 만들면 조리개 모양처럼 톱니 모양의 보케가 발생한다. 

 

 60년도 더된 조나조은조나 렌즈덕에 나의 사진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단언 할 수 있다. 단순히 조나식 보케에 매료되어 모든 것을 떨쳐내고 체질을 바꿔보길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 덕분에 많은 올드렌즈들의 광학식에 대해 아주 얕게나마 공부해 보게 되는 기회도 되었고 그때 당시에는 광학적인 결함이였을 렌즈의 특징을 하나하나 모아 두었다가 원하는 때에 하나씩 필터효과 적용하듯이 써보는 것이 즐겁고 재밌었다. 맨날 오이만두의 최대개방으로 공간감만 찾고 있을 때보다 조여서 쨍한 사진의 매력을 차츰 알아가게 되는 것도 큰 재미 중에 하나이다. 앞으로 한참을 함께 할 동안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더 많은 매력을 찾아보고싶다.

 

※ 렌즈를 판매하여 지나간 도구로 옮겨봅니다. 

※ Sonnar 구조와 관련된 렌즈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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