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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도구

Canon 25mm f3.5 L39 Mount

 지난 글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리뷰를 작성해본다. 기나긴 장기출장이 약속한 때에 끝나지 않아 다음 리뷰를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무려 두 달이나 지나버렸다. 오래간만에 맑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오랜만의 리뷰를 시작해본다. 

 

 렌즈 리뷰에 앞서 기운 빠지는 고백을 하자면 토포곤보다는 홀로곤을 쓰고 싶었다. 바디에 체결했을 때 순식간에 아름다운 똑딱이 카메라처럼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외관과 '신의 눈'이라고 불릴 만큼 왜곡 없는 광학 능력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라이카 M마운트 홀로곤은 꿈도 꿀 수 없는 가격이였다. 그나마 콘탁스 G마운트 렌즈는 매물도 간간히 등장하고 가격도 안드로메다 수준은 아니었다. 결국 몇 가지 소소한 단점들이 발목을 잡게 되었다. 레인지파인더 연동이 되지 않아 목측식으로 초점을 맞춰야 하고, 별도의 게눈 뷰파인더로 구도를 확인해야 하며, 디지털 바디에서의 컬러 캐스트, f8.0의 고정 조리개, 마운트 교체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 주변부 광량저하, 이제는 익숙하지 않은 초광각 등등.. 전부 핑계지만 외장뷰파인더+목측식 초점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다.

 결국 홀로곤은 포기하고 토포곤 구조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극단적인 곡률과 대칭 구조로 왜곡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현대의 디지털카메라와는 궁합이 맞지 않다는 정보를 접했지만 홀로곤을 포기한 헛헛한 마음을 토포곤으로 채워야만 했다. 그리하여 일단 눈은 돌렸는데, 여기서도 결정이 쉽지 않았다. 당연히 원조 자이스 토포곤이 쓰고 싶었으나 국내에는 매물이 전무했다. 그나마 카피 렌즈인 Orion-15 나, 비싸긴 하지만 원조 못지않다는 W-Nikkor 25mm f4.0이나 별로 정보가 없는 Canon 25mm 정도는 아주 간간히 매물이 올라왔었다. 하지만 장터의 법칙이 그러하듯이 내가 갖고 싶을 때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몇 달 동안 기약 없는 기다림 끝에 이베이에 발을 들이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저렴한 가격의 Orion-15를 구매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렌즈와 잘 어울리는 적당한 외장 뷰파인더를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대부분의 매물이 우크라이나 혹은 러시아 개인 셀러였기 때문에 어떤 상태의 렌즈가 올지 짐작 조차 되지 않았다. 결국엔 Canon 25mm f3.5를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조금 비싸더라도 셀러중 판매내역이 많고 별도의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일본의 모 샵을 통해 렌즈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주문을 하고 일주일쯤 지나 무사히 렌즈가 도착했다. 눈에 띄는 첫인상은 크기가 상당히 작다는 것이었다. 평소 습관대로 렌즈를 파지 하면 손가락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렌즈도 작지만 그 안의 렌즈 알은 정말 작았다. 전면의 유리알은 다 먹어갈 때쯤의 사탕 크기였다. 코팅은 연보라 색으로 Zeiss T 코팅과 색이 유사하다. 올드 렌즈답게 클래식한 무한대 스토퍼가 달려있으며 포커스링을 돌리면 조리개 조절링 전체가 함께 돌아간다. 포커스링이 조리개 조절링 보다 더 쉽게 돌아가는 바람에 조리개 조절링만 잡고 돌리면 조리개가 조절되지않고 초점링이 돌아가서 한손으로는 조리개 조절이 어려운 편이다. 마운트는 L39로 되어있어서 28/90 LTM 어댑터를 사용했다. 이 렌즈 역시 무한대 표시 지점이 렌즈 중앙에 체결이 되지 않고 약간 왼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하지만 제짝인 캐논 V 바디와 결합했을 때도 약간 왼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 렌즈가 그런 듯하다. 렌즈 후면을 들여다보면 최대 개방 시에도 약간 조여져 있는 조리개와 제거하면 초점이 맞지 않는다는 신기한 평면 렌즈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www.cameraquest.com

 다음으로는 외장뷰파인더에 대한 소개이다. 초기형과 후기형이 있는데 형태는 다르지만 뷰파인더 안에 들어있는 구성 요소는 똑같다. 겉으로 보기에 접안부가 가장 큰 차이점인데 그마저도 렌즈 뭉치가 나사식으로 되어있어 서로 호환도 된다. 또한 핫슈 장착부 목단에 시차 보정장치가 있는데(시차 보정장치가 있는 뷰파인더도 있고 없는 뷰파인더도 있음), 대단한 것은 아니고 최소 초점거리쪽으로 레버를 돌릴수록 뷰파인더가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이 뷰파인더의 가장 큰 단점은 프레임 라인이 없다는 것인데, 결국 감으로 찍어야 해서 시차 보정 장치는 무한대에 두고 딱히 사용하지 않고 있다. 대개는 레인지파인더로 초점을 맞추고 외장 뷰파인더로 대강의 프레임을 확인하고 찍는데, 이마저도 귀찮으면 조리개를 조이고 초점은 적당히 목측으로 맞춘다음 외장 뷰파인더만 보고 촬영하게 된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몇 번 해보니 금방 익숙해져서 놀랐다. (그냥 홀로곤 살껄...)

 

 필터 구경은 40mm이다. 많이 쓰지 않는 구경이라 구매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렌즈가 워낙 작고 광각이라 그런지 어렵게 구한 필터를 사용하면 네 귀퉁이 비네팅이 진하게 생긴다. 주변부 마젠타 캐스트도 있는 데다가 빛이 가려져 발생하는 비네팅까지 추가되면 거슬리는 정도가 크다. 오리지널 필터는 아래 첨부한 Canon Serenar 28mm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엄청나게 얇은 구조여서 비네팅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어렵게 구해 사포질로 렌즈와 색깔까지 맞춰 놓은 필터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photo.net

 최소 초점거리가 약 1m 여서 음식 사진 찍기는 힘든 편이다. 헬리코이드 어댑터나 테크아트 LM-EA7등과 함께 사용하여 최소 초점 거리를 줄여 찍어야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테이블 위의 음식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최소 초점을 줄일 수 없는 라이카 바디와 체결하였을 때는 초점을 최소 거리에 두고 조리개를 많이 조여 찍어야 해서 마음에드는 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광학 성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일단 왜곡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서인지 아주 약간의 왜곡도 큰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이럴 거면 그냥 핸드폰 카메라 사진을 보정해서 사용하는 편이 났겠다고 말도 안 되는 불만을 토로했다. 10m 정도의 원거리 초점에서는 수평에 주의하기만 하면 거의 왜곡이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뷰파인더에 프레임라인이 없어 정확한 수평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1m~3m 정도의 근거리에서는 미약하게 술통형 왜곡이 있긴하지만 왜곡에 민감하지 않으면 딱히 보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였다. 

 

 건물이나 벽 같은 직선이 많지 않은 장면을 찍을 때는 딱히 왜곡에 신경 쓰지 않고 찍어도 편안한 사진이 나와줬다. 핸드폰 카메라도 마찬가지지만 자연 풍경사진 찍기에 가장 좋았다. 그래도 핸드폰 카메라보다는 훨씬 깔끔하고 자연스럽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워낙 렌즈의 곡률이 크고 촬상면까지 깊숙이 들어가 있어 컬러캐스트가 발생한다. 이전에 소개한 목성 12호나 심라처럼 색감의 특징은 두드러지지 않아 그때그때 기분따라 색감 조정하기가 쉬웠다. 

 

 조리개를 최대한 열었을 때 주변부 화질은 좋지 않은 편이다. 바디는 대부분 소니 A7m 2와 라이카 M240을 사용했는데 소니 바디에 사용했을 때 글로우가 심해 주변부 화질이 더 안 좋아 보였다. 

 

 그리고 당연히 조리개를 5.6이상 조이면 주변부, 중앙부 차이 없이 쨍하다. 

 

 빛갈라짐은 조리개 날 개수와 똑같이 6갈래로 갈라진다. 조리개를 22까지 조여주면 한낮의 태양도 빛이 갈라지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햇빛을 나뭇가지 사이로 숨겨 좀 더 작은 점광원으로 만들면 훨씬 날카로운 빛갈라짐을 볼 수 있다. 플레어는 쉽게 발생하지 않았는데 광원이 극 주변부에 있을때 좀 더 쉽게 발생했다. 극단적인 렌즈 곡률 때문인지 특이하게도 휘어지는 플레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워낙 조리개가 3.5부터 시작하고 광각인지라 보케가 큰 의미는 없지만 최소초점거리, 최대개방으로 찍어보니 몽글몽글한 점묘화 같은 보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렌즈를 사용하면서 워낙 만족도가 높아 오리지널 토포곤과 W-Nokkor 25mm 렌즈는 과연 어떨지 또다시 궁금해졌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은 점은 처음으로 사용해보는 외장 뷰파인더가 생각보다 편했다는 것이다. 가장 두려운 부분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적응하게 될지 몰랐다. 그렇다고 당장에 홀로곤을 손에 넣어야겠다는 욕심은 아직 없다(뻥). 캐논 17-40 렌즈를 썼었지만 이미 표준 화각이 가장 익숙한 터라(거짓말) 충분히 광각의 프레임과 외장뷰파인더 + 목측 초점이 완벽하게 익숙해진 후에 언젠가는 신의 눈과 만나기를 고대해본다(이것만 진짜). 

※ 렌즈를 판매하여 '지나간 도구'로 옮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