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리뷰 거리가 떨어져 가다 보니 이번에도 2달 터울로 글을 쓰게 되었다. 이번에 리뷰할 렌즈는 지난번 업로드한 Voigtlander Color-Skopar 21mm(이하 CS 21mm) 렌즈 리뷰의 연장선이며 Voigtlander Color-Skopar 35mm f2.5 P M mount (이하 CS 35mm)에 대한 소개다. 저번 리뷰에도 밝혔지만 이번에 보이그랜더에서 리뉴얼된 2개의 렌즈가 하필 가지고 있는 렌즈인지 신기할 뿐이다. 아무튼 오랜동안 미뤄왔던 이번 리뷰를 시작해본다.
우선 외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외관 디자인은 CS 21mm와 거의 차이점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5층 석탑 디자인 싫어요..ㅠ) 심지어 두 렌즈 모두 필터 구경이 39mm로 같다. 다만 CS 35mm의 크기가 조금 더 작으며, 필터 채결부가 크롬으로 되어 있는 점, 그리고 후드의 형태와 채결 방식 정도만 다르다. 'P'ancake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크기가 매우 작아 후드를 제거하면 똑딱이 카메라처럼 느껴져서 재밌었다. 조리개는 1/2 Stop씩 딱딱 떨어지며 포커스링, 노브의 조작감도 부드럽다. X-pro1 과의 조합도 잘 어울리는 편이긴 하지만 마운트 어댑터와의 일체감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여기서 잠깐 단점 하나를 추가해보자면 필터를 체결한 상태에서는 후드가 끼워지지 않으며 필터를 체결한 상태에서 필터를 끼워야 한다. 사실 이 렌즈는 라이카를 사지 않기 위해, X-pro1에서 환산 화각 50mm대 렌즈로 사용하려고 구매했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본래의" 의도대로 라이카에서 35mm로 사용하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렌즈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CS 21mm 와 마찬가지로 Carl Zeiss C-Biogon 35mm 렌즈와 구조가 매우 유사하며 렌즈 구경만 1/2 스탑 밝은 f2.5로 시작한다. 이전에 리뷰했던 7artisans 35mm f2.0과도 거의 구조가 같다. 사실 렌즈를 구매할 당시에는 렌즈의 구조 따위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Biogon 구조의 렌즈를 사모으고 있었다는 것이 스스로 대견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참으로 미련하게 똑같은 구조의 렌즈를 조리개 구경별로 들고 있는 꼴이 되어 우습게도 느껴졌다. 아무튼 비오곤 구조에서 울트론 구조로 리뉴얼되면서 조리개도 밝아지고, 저분산 / 비구면 렌즈가 추가되어 화질이 더 좋아졌으며 Vintage 라인이라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5층 석탑의 허물도 벗게 되었다.
최대 개방 조리개가 f2.5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최소 초점 거리인 70cm 근방이 아니라면 극적인 배경 흐림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비오곤 구조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입체적인 배경 흐림, 중앙부 보케는 원형이며 주변부로 갈수록 해파리 머리 같은 보케가 발생하는 디테일은 동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주변부의 배경 흐림은 아주 미약하게나마 회오리의 느낌이 느껴졌다. 조리개가 크지 않아 전경 흐림과 배경 흐림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없었고, 대부분은 팬포커스로 사진을 찍었다.
CS 21mm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M 바디에서 좌우로 마젠타 캐스트가 발생한다. 조리개를 조였을 때 그 정도가 조금 더 심해진다. 좌측보다 우측이 조금 더 심한 느낌인데 광축이 틀어졌거나 센서가 틀어졌거나 둘 중에 하나겠거니 싶다. 사실 정도가 심하지만 않으면 어렸을 때 봤던 조악한 자동 인화물 같아서 쓸데없는 감상에 빠지곤 한다.
조리개를 조여 원경을 찍으면 매번 똑같지만 구석구석 선명한 디테일이 살아난다.
최소 초점 거리가 1m가 아니고 그나마 70cm여서 음식 사진 찍기가 조금이나마 수월하다. 하지만 자리에 앉은 채로는 초점이 맞지 않고 약간은 몸을 뒤로 젖혀야지 가능하다. 정 불편하다면 소니 바디에 LM_EA7나 헬리코이드 어댑터를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불편하진 않았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캐논 AF 렌즈 쓸 때와 비교해보면 엄청 불편한 수준임이 분명한데 괜히 수동 렌즈 쓰면서 쎈척 할려고 안 불편하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원거리 왜곡은 준수한 편인데 1m 근방에서 왜곡은 좋지 않은 편이다. 이 정도면 쉽사리 보정 툴로 쉽게 보정할 수 있는 정도 겠지만 아쉽긴 하다.
1m 에서 조금만 초점이 멀어져도 왜곡은 상당히 좋아진다. 5m 이후 무한대 초점에서는 왜곡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35mm 렌즈 찾기 게임에서 후순위로 밀려 자주 사용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이런 시기에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몇 번의 일본 여행에서 처음으로 구매했던 렌즈여서 항상 소중하게 생각했지만 그 마음뿐이었던 것 같다. 독한 고백을 하나 더 해보자면 M마운트 버전이 아닌 더 예쁜 디자인의 LTM 버전을 구했다면 더 많이 사용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결국 지금까지 진행한 가장 마음에 드는 35mm 렌즈 찾기 게임의 승리자가 목성12호로 밝혀지게 되어 제습함 처지를 면치 못하고 있긴 하지만 간간히 가벼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고나갈 때만큼은 CS 35mm가 승리자로 등극하고 있다.
※ 렌즈를 판매하여 '지나간 도구'로 옮겨봅니다.
※ 35mm 비오곤 구조 렌즈 리뷰 :
2020/02/04 - [손안의 도구] - CarlZeiss Jena Biogon 3.5cm f2.8 Contax Mount
2019/02/25 - [손안의 도구] - Jupiter-12 (ЮПИТЕР-12) 35mm f2.8 L39 Mount
2018/11/04 - [지나간 도구] - 7artisans 35mm f2.0 M m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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