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렌즈 리뷰를 한지 꽤나 시간이 지났다. 손안에 있는 렌즈를 심도 있게 써볼 것을 다짐했건만 그새를 참지 못하고 결국 새로운 렌즈를 들이게 되었다. 사실 렌즈를 구매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촐싹맞게 리뷰를 하고 싶지는 않아 공들여 많은 사진을 찍어본 이후에 조심스럽게 삼반테사의 리뷰를 시작해본다.
먼저 외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렌즈의 겉모습은 이전에 리뷰한 조나 50mm f1.5와 거의 똑같다. 다만 렌즈의 최대 구경이 다른 만큼 광학렌즈가 차지하는 부피는 테사 쪽이 훨씬 작다. 그 때문인지 렌즈 전면에 힘을 준 느낌이다. 크롬도금된 금속이 유광/무광/유광 순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관상용으로 엄청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조나조은조나와 크기나 코팅의 색깔은 거의 동일했다. 다만 조리개 조절링 부분이 아주 미세하게 얇아서 렌즈가 조금 더 작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 렌즈 구조가 워낙 단순해서 침동 버전으로 만들기도 쉬웠던 것 같다. 렌즈 후면을 들여다보면 조나와는 다르게 텅 비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렌즈 체결 역시 조나와 마찬가지로 아마데오 어댑터를 경유하여 M mount 로 사용한다. 요즘엔 크롬 도금된 40.5mm UV 필터를 구하기가 무척 어려워 심라와 같이 온 Leotax 필터를 장착해줬다.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크롬도금이 벗겨저서 은은하게 황동이 드러난 것이 마치 장인의 손주름 같아 보여서 좋았다. 모자란 사진 실력을 이런 허식으로라도 채워야 한다.
처음부터 Tessar를 구해서 써보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조나 → 에르노스타 → 쿠크 트리플렛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좀 더 날것의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 맘대로 판단했다. 그리하여 가장 원초적인, 단 세개의 렌즈로만 구성된 쿠크 트리플렛 렌즈를 써보고 싶어졌다. 검색에 검색을 해보니 쿠크 트리플렛에 가장 가까운 표준 화각 렌즈인 Trioplan의 경우 대부분 M42마운트이거나 M42로 개조된 렌즈라서 M 시스템의 거리계와 연동되지 않는다. Trioplan 50mm, 100mm가 최근에 복각하여 발매 되었지만 이 역시 거리계 연동은 되지 않는다. 결국 콘탁스-테사, 라이카-엘마, 보이그랜더-헬리어 인더스타 M39 5cm 정도의 선택지가 남게 된다. 사실 앞서 언급한 렌즈들은 쿠크 트리플렛보다 렌즈 1, 2장이 더 들어가는 테사, 헬리어 구조라서 날것의 삼중렌즈와 거리는 조금 멀어지겠지만 화질은 조금 더 좋겠지 하는 거짓말로 결국 매물을 찾아 헤매게 되었다.
이쯤에서 알고 있는 짧은 지식을 나열해보자면 콘탁스 마운트 테사는 침동식으로 조리개 f2.8, f3.5 버전이 존재한다. 시기상으로는 내 손안에 있는 '리지드' 테사보다 이전에 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구할 수 있었다면 사실 리지드 테사보다는 조리개가 조금이라도 큰 침동식 렌즈를 구하고 싶었지만 국내에 매물이 없어 이베이로 눈팅만 했다. 두 번째로는 갖고 싶었던 렌즈는 보이그랜더 헬리어 50mm f2.0 였다. 보이그랜더 25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렌즈이며 생김새는 침동렌즈 같지만 경통을 접어서 보관할 수 없는 리지드 버전이다. 희소성에 비해 적당한 가격선이 형성되어있어 수집하기 아주 좋은 렌즈다. 하지만 리지드 주마가 너무 비싸서 닮은 외모의 렌즈로 대신하는 슬픈 기분이 들어 영입을 포기 했다. 망원으로 눈을 돌려보면 삼중 렌즈 광학식을 그대로 쓰고 있는 Contax Triotar 8.5cm f4.0 렌즈가 있다. Sonnar 13.5cm 렌즈와 마찬가지로 매물이 거의 없어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욕망 - '라이카 바디에 라이카 렌즈 써보기' 를 충족하기 위해 매물이 많고 버전도 다양한 엘마 50mm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매물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중, 어찌하여 리지드 테사 매물이 눈에 띄였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손이 들어온 것은 삼반테사였다. 최대 개방 조리개가 f3.5여서 삼반테사라고 불리기도 하고 침동형과의 차이점을 부각해 리지드 테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렌즈의 네임링에는 제작사가 Ziess-Opton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해당 표기가 초기형, Carl Ziess 표기가 후기형이라고 한다.
라이카 바디와의 궁합은 매우 좋은 편이었다. 애초에 조리개가 3.5부터 시작해서 칼핀을 맞추지 않아도 적당히 초점이 잘 맞았다. 조리개가 작은 편이라 배경 흐림이 별로 두드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최소 초점거리인 1m 근방에서는 꽤나 배경이 흐려지는 편이었다. 물론 대구경 렌즈에 비해 확 날아가는 느낌은 없지만 오밀조밀한 빛망울이 또 다른 묘미를 자아냈다.
소니 바디에 헬리코이드 어댑터를 사용하여 최소 초점거리를 줄여보면 좀 더 확실한 배경 흐림을 볼 수 있다. 보케의 형태는 더블가우스와 유사하다. 이미지 외곽으로 갈수록 방사형으로 압축된 캣츠아이형태가 되긴 하지만 정도가 심하진 않다. 또한 지난번 리뷰했던 플라나와 비교하면 회오리 치는 느낌은 거의 없다. 어쩌다가 한 번씩 이미지 중앙부에 트리오플란이 보여주는 비눗방울 보케 비슷한 것이 보이기도 했다. 매번 발생하지는 않지만 보케를 이루는 광원이 강하고 좀 더 점광원에 가까울 때 비눗방울 보케 처럼 나타는듯 하다. 사실 비눗방울 보케는 조나에서도 억지로 만들면 발생하기도 한다. 정확히 같은 상황에서 찍은 것은 아니지만 작은 점광원이 만들어 낸 보케 사진의 예시도 함께 남겨본다.
"조이면 쨍하다." 반례 없는 명제겠지만 테사는 '이글 아이'라고 광고했을 만큼 해상력이 좋은 렌즈다. 조였을 때뿐만 아니라 최대 개방 + 무한대 초점에서도 꽤나 좋은 결과물을 보여줬다.
원거리 왜곡은 거의 없는 편이었지만 최단 초점거리 근방에서는 약하게 술통형 왜곡이 관찰됐다. 하지만 각종 툴로 아주 쉽게 보정할 수 있는 정도라고 판단된다. 조나만큼은 아니지만 컨트라스트가 강한 부분, 특히 흰색 물체 주변으로 미약한 글로우가 보이기도 했다. 조나와 코팅색이 거의 비슷해서 컨트라스트도 거의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묘하게 암부가 들떠 보이는 경향이 있다. 렌즈를 향하는 강한 점광원에 의한 고스트나 플레어에는 강한 편이었지만 옆으로 들이치는 빛다발에는 플레어가 쉬이 발생했다.
앞서 리뷰한 표준화각 렌즈와 색감을 비교해 보고자 테스트를 진행해 보았다. 실내 상황이라 변인이 완전히 통제되지는 않았겠지만 플리커 프리 LED등 아래에서 동일 색온도 화이트 밸런스, 렌즈의 조리개는 f4.0, 셔터스피드는 1/30sec 으로 고정하여 소꿉놀이 같은 실험을 진행해 보았다. 언젠가 분명히 18% Gray가 포함된 QP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도무지 찾을 수 없어 적당한 회색 박스로 최대한 화이트 밸런스를 최대한 똑같이 맞춰보았다.
모바일로나, 웹으로나 대충 봐서는 차이가 없어 보일 만큼 희미한 차이 수준이기는 하나, 가장 밝은 주전자 - 만년 달력의 갈색 부분과 검정 글씨 - 캐논 카메라의 그립 안쪽을 비교해보면 Sonnar > Simlar > Tessar 순으로 컨트라스트가 아주 미약한 단계로 강하긴 한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은 이 결과를 올릴까 말까 고민이 깊었다. 손톱만큼의 차이점을 가지고 뉴트럴한 색감이 일품이니 삼품이니 해댔던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손톱만큼의 차이를 인지하고 렌즈가 가지는 특징을 극대화하는 '혼이 실린 구라' - 보정을 통해서 원하는 색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추가로 소니 바디로 같은 실험을 한 결과도 붙여본다. 화이트 밸런스를 맞춰놔서 색감에 대한 차이는 거의 없다. 나의 눈이 잘못되었나 싶어 가장 빨간 부분을 찍어봐도 256개의 계단에서 10계단 정도 차이가 날 뿐이다. 게다가 사람의 눈이 차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순색도가 높은 영역이기 때문에 10계단의 차이는 큰 의미는 없다고 보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컨트라스트에 대한 차이만 아~주 미약하게 관찰될 뿐이다.
오랜만의 작성한 리뷰의 결론이 약간은 기운 빠지게 만들긴 했지만 어떤 부분을 더 추구해야 하는지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근거 없는 필름라이크를 조금이라도 증명해내고, 나아가 필름이 가질 수 없는 디지털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그립고 쓸쓸하고 지저분한 장면들을 깨끗한 액자 안에서 정돈되어 보이도록 하는 정신 나간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고민하며 셔터를 누르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사진을 찍으며 느꼈던 감정을 화면 너머로 전달할 수 있으리라고 오늘도 스스로를 다그쳐본다.
※ 렌즈를 판매하여 지나간 도구로 옮겨봅니다.
※ 테사 리뷰 링크 :
2020/12/30 - [손안의 도구] - Carl Zeiss Jena Tessar 5cm f3.5 Collapsible Contax Mount
2022.12.17 - [손안의 도구] - Carl Zeiss Jena Tessar 5cm f2.8 Collapsible Contax M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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