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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의 도구

Carl Zeiss Jena Tessar 5cm f2.8 Collapsible Contax Mount

 오랜 기간 CLA길에 올라있던 렌즈가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침동 테사 정도로 부르는 이번 리뷰는 사실 이전에 리뷰했던 리지드 테사나 침동 블랙 니켈 테사 보다 더 갖고 싶었던 렌즈이다. 코이로 실버크롬 어댑터와도 잘 어울리고, 조리개도 조금이나마 더 큰 데다 무코팅이기 까지 하니 좋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오래된 2A 바디를 볼모로 영입하게 된 지 거의 1.5년! (그중 오버홀 기간이 6개월이지만 ㅋㅋ) 드디어 이 렌즈의 리뷰를 시작해본다!

 외모는 군더더기가 없다. 얇은 경통, 조리개 조작을 위해 상대적으로 넓은 대물렌즈 영역, 조리개 조절을 쉽게 해주는 빗살무늬, 그리고 작고 어여쁜 렌즈 알까지 고전적인 멋이 있다. 코이로 어댑터와 색상도 매우 잘 매치되어 마치 한 몸 같이 보이는 것도 매력 중에 하나이다. 외모와 상관없긴 하지만 경통을 잡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다 보면 침동을 위한 고정이 풀리게 되는 점이 아주 미세하게 아쉬운 점 중 하나이다.

 이제는 나의 손을 떠나간 M240과의 조합도 남겨본다. 경통이 워낙 얇기 때문에 바디가 두꺼운 240과의 조합은 약간 어색하다. 굳이 표현하면 바디에 렌즈가 매달려 있다고 할까.. 확실히 M10계열의 얇은 바디와 조합이 더 좋게 느껴진다.

 무코팅 렌즈라서 당연히 코팅 색은 보이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렌즈 안쪽을 들여다보기 어려운데 강한 빛을 비춰주면 그나마 잘 볼 수 있다. 조리개는 13매의 원형으로 조리개를 조이더라도 Sunstar가 잘 발생하지 않았다. 워낙 오래된 렌즈다 보니 조리개 날도 거칠어 보이긴 하지만 청소 전에는 유막이 잔뜩 끼어있어서 볼 때마다 심란해하곤 했었다. 보송해진 조리개날과 깨끗해진 렌즈알을 보니 그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이 든다. 필터는 25.5mm라는 흔하지 않은 사이즈를 사용한다. 애초에 렌즈캡이나 필터 없이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서 제짝을 본 적이 없다. 어쨌든 필터라도 끼워 뒀으니 조금이라도 보호가 되겠거니 하고 안심해본다.

 

Pre-War Tessar 5cm f3.5 Black Nickel
Post-War Tessar 50mm f3.5 Rigid

 먼저 보케의 모양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이전에 리뷰한 전전 침동 f3.5 테사에서 느껴지는 회오리 느낌은 확실히 덜하다. 오히려 전후 리지드 테사와  거의 유사한 느낌이 든다. 특정 거리에서는 회오리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보케가 크다 보니 그렇지 않나 생각해본다. 흐려진 배경은 지저분하지 않게 흩어지는 느낌이다. 구라를 좀 보태면 한 90년대쯤 렌즈로 봐줄 수 도 있다고 우겨본다. 조나의 흐려진 배경보다는 재미가 없다는 느낌이기는 하다. 머리가 좋아서 공부도 별로 안 하고 맨날 놀러 다니면서 매번 1등 하는 조나보다 언제나 착실히, 그리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 나가지만 언제나 2등인 테사한테 마음이 더 가기도 한다. 

Post-War Tessar 50mm f3.5 Rigid
Pre-War Tessar 5cm f2.8

 보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억지로 만들어놓은 비교를 한번 보고 넘어가 보자. 보케의 형태는 거의 똑같고 조리개 수치에 따른 크기는 다르다. 구차하게 다른 점을 찾자면 빛망울 내부의 밀도 차이와 경계의 밝음 형태가 다르다는 정도가 있겠다. 사실 그게 무슨 드라마틱한 결과물을 내주는 것도 아니고... 겉보기에는 아무 차이 없는 것에서 손톱에 때만큼도 되지 않는 차이점을 발견해내고선 '음~ 역시 사길 잘했어' 하고 스스로를 속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잠시 30초간 통한의 반성을 수행한 뒤, 눈에 불을 켜고 리지드 테사와 다른 점을 찾아본다. 역시 무코팅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 아닐까 싶다. 애초에도 컨트라스트가 낮은 편인데 빛덩이가 들어오면 모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이 무코팅 렌즈임을 증명해낸다. 어여쁜 무지개 플레어는 낮은 확률로 발생했는데 들이치는 빛의 양과 각도가 잘 맞아야만 발생하였다. 빛이 강한 날 순광 조건에서 리지드 테사는 코팅이 있음에도 초점 맞은 곳에 은은한 글로우가 있었는데 이 렌즈는 오히려 글로우가 없는 편이다. 또다시 머릿속이 복잡하다. 하지만 컨트라스트 만큼은 확실히 차이가 나긴 한다. 렌즈와 코팅과 결과물의 삼각 관계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는 중거리, 근거리 개방 화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대략 1m에서 3m 정도 범위에서 화질은 좋다. 중앙부는 정말 현행에 가깝다고 봐도 될 정도이고 (뻥) 주변부는 약간 흐트러지는 것이 마치 흔들린 사진 같은 느낌도 있다. 헬리오스-103 렌즈만큼은 아니지만 초점면 가까이 흐려지는 영역에서는 은은한 글로우가 발생한다. 그늘 안으로 몸을 숨겨 셔터를 누르면 컨트라스트가 약간은 향상되는 느낌이다. 1미터 즈음이나 그 이하로 근접하지 않으면 2.8 조리개나 3.5 조리개나 극적인 배경 흐림은 기대하기 힘들다. 아주 약간 흩어지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날아가는 느낌은 아니기에 배경 처리에 신경을 잘 써야 했다. 그럼에도 이 렌즈를 갖고 싶었던 이유는 흥청망청 빛덩이 무코팅 파티를 벌여보고 싶었고, 침동테사의 클래식한 외관 + 네임링에 써있는 'Ziess Ikon A-G Dresden'이라고 쓰여있는 활자를 감상하고 싶어서였다. 

 

 초점거리를 멀리 했을 때 사진도 짚고 넘어가 보자. 대부분 원경을 찍을 때는 노출을 맞추기 위해 조리개를 조여 찍었기 때문에 구석구석 꼼꼼히 선명하다. 그렇다고 최대 개방에서 선명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워낙 선명하기로 유명한 구조이다 보니 이름값을 확실히 해준다. 렌즈를 리뷰하기 위해 대부분 네번의 계절을 모두 겪어보고 결과물을 첨부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이 렌즈와 함께한 시간 동안 봄이 딱 한 번이었는데 하필 오버홀을 위해 잠시 떠나 있던 시간이라 봄 사진이 없어 많이 아쉽다. 그래도 다양한 환경과 조건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품질의 사진을 내주니 화질에 대한 설득력은 확실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다음으로는 기타 특징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요상하게도 글로우와 수차가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무코팅 특성에 따른 플레어가 생겼을 때 그 내부에 컨트라스트 저하와 함께 글로우가 함께 찾아오기는 하는데 그 외의 다양한 극악의 휘도차 상황에서도 수차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중간에 분수에서 물방울이 날아다니는 사진의 경우라면 보라돌이 수차가 100% 발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구조가 간단해서 일까? 연식을 생각하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할 수 없었다. 초점면 전면에 주변부에서 점광원이 만드는 보케는 조나, 심라와 비슷한듯한 느낌적 느낌이다. 점광원이 가까운 경우는 조개껍데기 모양이 되는데 약간 먼 경우는 이를 잡아 늘려놓은 못 모양이 되는 것이 신기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조리개가 원형에 가까워서 11 정도까지 조여봐도 빛갈라짐이 명확하게 발생하지 않는다. 사실 이제는 야경도 잘 찍지 않기 때문에 아쉽지는 않다. 야경이라면 오히려 조리개를 열어 흐드러지는 보케를 감상하는 것이 더 마음에 드는 지경에 이르게 돼버렸다.

 

 슬슬 리뷰를 마무리하려고 어떤 사진들이 남았나 둘러보니 이 렌즈로 참 여러 곳을 다녔다는 것을 실감했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이 렌즈로 많이 남겨서 뿌듯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전전 무코팅 조나가 워낙 훌륭하다 보니 테사는 조금 의지와 의식을 가지고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약간은 심심한 면이 없진 않지만 언제나 믿음직한, 그리고 솔직한 사진을 찍어주는 테사가 항상 마음에 많이 남는다.

 

 조금은 감성적인 이야기로 이번 리뷰를 마치며.. 내년에는 좀 더 다양한 화각이 렌즈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도 그럴 것이 한해에 몇 개 쓰지도 않는 리뷰가 전부 50mm였다니 ㅋㅋㅋ 너무했다 싶다. 하지만 아직 리뷰를 쓰지 못한 표준화각 렌즈가 한가득인 것도 헛웃음이 날 뿐이다. 조금 더 솔직해보자면 하도 50mm만 써대서 이제는 35mm만 되어도 너무 넓게만 느껴지고 시선이 갈 곳을 잃고 표동하고 있느 자신을 발견할 때 한심하기도 하다. 올해 안에 리뷰를 더 쓰게 될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내년에는 곧 손안에 들어올 니콘-라이카 코이로 어댑터와 함께 좀 더 다양한 화각을 써보자는 굳은 결심과 함께 이번 리뷰를 마친다.

 

 

※ 테사 리뷰 링크 :

 

2019.12.30 - [손안의 도구] - Zeiss-Opton Tessar 50mm f3.5 Rigid Contax Mount

 

Zeiss-Opton Tessar 50mm f3.5 Rigid Contax Mount

마지막으로 렌즈 리뷰를 한지 꽤나 시간이 지났다. 손안에 있는 렌즈를 심도 있게 써볼 것을 다짐했건만 그새를 참지 못하고 결국 새로운 렌즈를 들이게 되었다. 사실 렌즈를 구매한 지 몇 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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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30 - [지나간 도구] - Carl Zeiss Jena Tessar 5cm f3.5 Collapsible Contax Mount

 

Carl Zeiss Jena Tessar 5cm f3.5 Collapsible Contax M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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