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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도구

Carl Zeiss Jena Tessar 5cm f3.5 Collapsible Contax Mount

 6개월 만에 새로운 리뷰를 시작해본다. 코로나 때문에 나들이는 고사하고 집 앞 슈퍼에 장 보러 나가기도 힘든 세태다 보니 카메라를 들고나가는 일이 굉장한 사치처럼 느껴진다. 사진을 찍으러 갈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상황과는 역설적으로 그 어느 해 보다 새로운 렌즈를 많이 사게 되었다. 아무래도 단종된 렌즈를 위주로 궁금해하다 보니 매물이 항상 있지 않기 때문에 특정 기간에 렌즈 구매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렌즈를 손안에 넣을 때마다 한가득 숙제가 주어지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성급하지 않게 기회가 될 때마다 결과물을 축적해 왔다. 정확히 작년 오늘, 리지드 테사를 리뷰 했던 기념으로 이번엔 '전전 침동 테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전전 테사'라고 불리는 이 렌즈는 이전에 소개했던 '전후 테사'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먼저 리지드 타입인 전후형과 달리 침동형 렌즈인 것이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다만 아마데오 어댑터를 경유하여 라이카 바디에 장착하는 경우 완벽히 침동 되지는 않는다. 렌즈 경통이 안으로 들어가서 카메라를 긁을까 싶어 침동하여 보관하지 않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경통 재질이 니켈로 되어있어 색깔이 크롬 코팅과는 확연한 차이가 보인다. 렌즈 알에도 코팅이 없어서 반사된 빛 때문에 렌즈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차이점도 있다. 조리개 날 수는 전후 테사는 8개지만 전전 테사는 13개로 되어있다. 이 때문에 빛 갈라짐의 모양이 서로 다른데 자세한 결과물은 이후에 언급하기로 한다. 

 사실 이전 리지드 테사 리뷰의 내용과 거의 다른 내용이 없긴 하다. 내년이면 90세가 되시는 몸이시기에 전후 테사 대비 조금 화질이 안 좋고, 코팅이 없기에 빛이 들이치는 환경에서 더욱 열악할 것은 굳이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이다. 실제로 렌즈를 마운트 해서 찍어본 결과물은 예상보다는 컨트라스트가 더욱 약했고, 빛이 넘쳐 흐르지만 않으면 생각보다 쨍한 사진을 남겨줬다. 이 렌즈의 판매자님께서 리지드 테사 쓰시지 뭐하러 더 안 좋은 전전 테사를 쓰시냐며 요즘 디지털에 쓰기엔 그다지 좋지 않은 렌즈라고 하셨다. 한마디 더 붙이시기론 너무 성능에 실망하지 마시고 오래된 렌즈를 쓰는 재미로 쓰시라고 조언을 해주셨지만 워낙 오래된 렌즈들만 쓰다 보니 기준이 달라져서 그런가 최대 개방에서도 충분히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최대 개방 조리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보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맨 마지막에 전후 테사 결과물이라고 써놓지 않았으면 딱히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을 만큼 보케의 형상은 거의 같다. 구조가 다른 것도 아니고 조리개가 더 큰 것도 아니다 보니 당연한 결과 일 것이다. 이전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배경 흐림은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이 크지 않아 오밀조밀하게 배경이 흐트러진다. 단 한가지 차이점을 꼽으라면 (아마도 기분 탓이겠지만..) 회오리 형상이 전전 테사 쪽이 좀 더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후 테사 결과물

 조리개를 조이면 칼 같은 선명함은 아니지만 구석구석 충분히 디테일이 확보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f5.6 정도 조리개를 조이더라도 어느 정도의 비네팅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조금 선명한 사진을 보여드렸다면 이번에는 작렬하는 플레어와 어디서 들어온지도 모르겠는 빛 덩어리들이 들이치는 사진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빛이 너무나 밝은 날, 해를 등지지 않으면 어디서든 빛 번짐이 발생하여 초점이 잘 맞지 않은 느낌마저 든다. 플레어는 직광인 경우보다는 약간 비스듬히 들어올 때 더욱 강하게 발생하였다. 전후 테사에 비해 코팅이 없기에 아쉽게 느껴질 성능이기는 하지만 나에겐 오히려 매력 적으로 다가왔다. 항상 모든 사진이 흐리멍텅하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컨트롤만 잘 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것 보다 훌륭한 필름-라이크 필터이지 않을까 싶다.

 적당한 중앙부 해상력 + 좋지 않은 주변부 디테일 및 비네팅 + 낮은 컨트라스트와 색수차 및 빛 번짐까지 삼박자가 잘 맞으면 오늘 찍은 80년대 사진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왜곡은 근거리에서 아주 미약하게 술통형 왜곡이 보이는 느낌도 들지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 할 것 같다. 평행만 잘 맞추면 딱히 걱정할 거리는 없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전전 테사와 전후 테사의 빛 갈라짐과 보케 형태에 대해 가볍게 비교해 보고자 한다. 전전 테사의 경우 조리개가 거의 원형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조리개를 f11까지 조여도 Sunstar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전후 테사 결과물과 비교하면 확연히 비교가 된다. 보케의 형태는 거의 동일한 듯하면서 전전 테사의 주변부 보케가 미세하게 납작한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전전 테사의 배경 흐림이 좀 더 회오리 느낌이 나지 않나 하는 논리의 비약을 주장해 본다.

전전 테사
전후 테사
전전 테사
전후 테사

 이번 리뷰가 끝나면 아직도 7개의 새로운 렌즈 리뷰가 남아있다. 사실 전전 테사 이전에 구입한 렌즈도 있지만 전후 테사 리뷰를 작성한 딱 1년이 되는 날 전전 테사의 리뷰를 올리고 싶어 그동안 찍어놓은 사진을 싹싹 긁어모아 리뷰를 진행해봤다. 다음 렌즈 리뷰를 작성할 때는 길고 긴 코로나 터널의 끝이 보이는 시기가 되길 온 마음을 다해 바라본다.

※ 렌즈를 판매하여 '지나간 도구'로 옮겨봅니다.

※ 테사 리뷰 링크 :

2019/12/30 - [손안의 도구] - Zeiss-Opton Tessar 50mm f3.5 Rigid Contax Mount

 

Zeiss-Opton Tessar 50mm f3.5 Rigid Contax Mount

 마지막으로 렌즈 리뷰를 한지 꽤나 시간이 지났다. 손안에 있는 렌즈를 심도 있게 써볼 것을 다짐했건만 그새를 참지 못하고 결국 새로운 렌즈를 들이게 되었다. 사실 렌즈를 구매한 지 몇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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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7 - [손안의 도구] - Carl Zeiss Jena Tessar 5cm f2.8 Collapsible Contax Mount

 

Carl Zeiss Jena Tessar 5cm f2.8 Collapsible Contax M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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