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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도구

7artisans 35mm f0.95 FX mount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렌즈는 재작년 12월 즈음에 발매된 7artisans 35mm f0.95 렌즈이다. 크롭센서용 렌즈로 중이광학의 미타콘 35mm f0.95와 구조가 거의 같고 좀 더 가격이 저렴한 버전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써본 7장인 렌즈 모두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선예도, 좋지 않은 수차와 왜곡 등의 특징을 경험했었기 때문에 이번 렌즈도 비슷하지 않을까 예상하며 렌즈를 구매했었다. 사실 렌즈는 발매가 되자마자 구매를 했었다. 이래저래 사진을 많이 찍기도 했었고 충분한 작례가 모였지만 귀차니즘, 그리고 렌즈의 선호도에 밀려 이제야 리뷰를 작성해본다. 

 

 우선 렌즈와 바디를 결합한 사진을 보자. 렌즈의 크기가 상당히 큰 데다가 위로 갈수록 좁아져 약간 항아리 형태를 보이고 있다. 눈으로 보기에는 확실히 미타콘 렌즈가 더 레인지파인더 렌즈스럽고 예쁘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역시나 폰트 부분인데 그래도 f1.2 렌즈보다는 시인성이 좋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렌즈를 좀 더 자세 들여다보기로 한다. 필터 구경은 52mm를 사용하고 있고 마운트부는 유광 아노다이징 처리가 되어있다. 조리개는 12개의 날로 구성되어있으며 역시나 무단 조리개이다. f1.2 렌즈도 무단 조리개를 채택하고 있는데 사실 조금만 건드려도 조리개링이 돌아가는 바람에 자꾸 조리개를 한번 더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었다. 대신에 초점링의 움직임은 엄청나게 부드러웠다. 다른 7장인 렌즈들도 포커스 링의 움직임이 뻑뻑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지만 이 렌즈의 초점링의 움직임은 조금 오버해서 이야기하면 "Silky" 했다. 그만큼 이 렌즈의 헬리코이드나 윤활유 품질에 신경을 썼다는 부분이 참 기분 좋았다.

 

 사실 이제 더 이상 7장인 렌즈는 사지 않으려고 마음먹었었는데 렌즈 구조를 보고는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구매하게 되었다. 마치 조나 위에 더블 가우스가 추가된 형태처럼 보이는데 과연 이 렌즈는 조나인가 플라나인가 써보지 않고는 알 수 없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아래 그림에 어설프게나마 SLR용 플라나와 후지 미러리스용 조나 렌즈를 겹쳐보니 형태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얼추 비슷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나 위에 플라나의 조합이라니... 렌즈 구조를 처음 봤을 때 미간을 찌푸리며 과연 내가 본 것이 맞는지 다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끼얹는 짤이 생각났다. 사실 이번 리뷰는 이 짤을 만들어서 올리고 싶은 마음이 80% 이상 작용했다고 고백해본다.

 구조가 특이한 만큼 가장 먼저 보케 결과물을 확인해 보자. 초점거리를 최단거리로 돌려 억지로 큰 보케를 만들어보니 어렴풋하게 타원형 빛망울이 동심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일상적인 초점 거리에서는 보케의 형태가 달라진다. 촬상면 대부분에는 원형의 가장자리가 밝은 도넛 형태를 띠며 주변부로 갈수록 바깥으로 뾰족해진다. 조나와 비오곤은 가장자리로 갈수록 안쪽으로 뾰족해지는 보케가 나오는 것에 비교하니 신기했다. 이전에 리뷰했던 7장인 50mm f1.1의 결과물과도 비교를 해보니 약간의 회오리 느낌을 제외하면 보케의 형태가 비슷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렌즈는 과연 조나인가 플라나인가에 대한 해답은 조나는 조나인데 오리지널 조나 하고는 결과물이 좀 다르다 정도로 정리를 할 수 있겠다.

 

Carl Zeiss Post-War Sonnar 50mm f1.5
Carl Zeiss Jena Pre-War Biogon 3.5cm f2.8
7 Artisans 50mm f1.1

  다음으로는 최소 초점거리인 약 40cm의 결과물을 보자. 렌즈의 길이도 꽤나 긴 데다가 초점거리가 짧으니 거의 렌즈 바로 앞에서 찍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흐림의 정도는 완전히 뭉개지는 경향을 보였다. 뭉개진 상의 경계가 밝다던지  보케의 형태도 좀 더 뚜렷하다던지 해서 좀 더 복잡하고 화려한 흐림을 좋아하는 취향으로는 조금 아쉬운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조나도 헬리코이드 어댑터 등을 활용하여 약 50cm의 초점을 잡아보면 많이 뭉개지기는 한다. 

 

Carl Zeiss Post-War Sonnar 50mm f1.5

 최소 초점의 배경이 아쉽다면 반발짝 혹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1m 즈음의 초점을 즐기면 그만이다. 이 때는 배경 흐림이 좀 더 형태를 갖추며, 너무 뭉개져서 잘 보이지 않던 보케가 슬슬 올라와 좀 더 화려한 모양을 보여준다. 0.95 조리개가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니 적당히 거리를 두고 찍어도 충분히 좋은 배경 흐림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렌즈의 가장 큰 장점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조리개가 값이 커서 인물 사진 찍기에 가장 좋았다. 조리개를 가장 크게 열고 보케와 배경 흐림으로 정리된 바탕에 인물에 초점을 잘 맞추기만 해도 충분히 좋은 사진이 나와주었다.

 

 다음으로는 왜곡을 간단히 짚고 넘어가 보자. 역시 초점 거리가 짧을 때는 술통형 왜곡이 꽤나 심하게 발생한다. 간단히 보정하면 그만인 것을 왜곡에는 좀 가혹한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렌즈는 써본 렌즈 중에는 왜곡 발생 수준이 가장 심하긴 하다. 당연히 주변부로 갈수록 더 심할지 알았는데 바로 아래 사진을 보면 오히려 화면의 1/3, 2/3 지점이 좀 더 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거리가 3~5m로 멀어지면 거의 평면에 가까운 화면을 볼 수 있다.

 

 다음은 전반적인 렌즈의 화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가격이 가격인 만큼 수차가 좋을 수는 없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당연히 나와야 할 때는 나오는 수준 정도라고 생각한다. 창틀 사진은 좀 심하긴 하지만 그 아래 꽃 사진을 보면 수차와 보케가 잘 버무려져 조금이나마 오래된 렌즈 같은 느낌이 난다. 비네팅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보인다. 

 

 근거리에서 전경 흐림을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흐림과 함께 글로우가 마구 껴서 좋았다. 어떨 때는 정말 앞에만 안개가 낀 정도로 흐려져서 초점을 맞춘 부분과 극적인 대비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플레어나 빛 번짐은 발생 빈도가 아주 적었다.

 

 그리고 역시나 조리개를 적당히 조여주면 전면의 화질이 고르게 좋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 리뷰하고 있는 렌즈는 처음으로 이미 팔아버린 상태에서 작성하게 되었다. 조나에 플라나를 끼얹은 결과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나니 빠르게 애정이 식어버린 탓도 있겠지만... 아직도 궁금한 렌즈들이 무궁무진하여 제습함에서 잠자고 있는 렌즈들이 워낙 많아서이기도 하다. 잘 쓰지 않는 장비라면 더 잘 사용해주실 분을 찾아가는 것이 서로서로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거의 1년을 들고 써봤으니 미련은 남지 않는다. 7장인 렌즈를 사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렌즈의 성능이 떨어져서가 절대로 아니다. 최근에 만든 렌즈를 가지고 자꾸 올드 렌즈랑 비교해서 취향 타령을 하고 있자니 무슨 정신 나간 짓인가 싶었다. 아무래도 이제는 니콘탁스 마운트와 올드 렌즈의 굴레에서 벗어나긴 글러버린 것 같으니 가던 길에 더 정진하여 렌즈 덕질하는데 힘써야 하겠다. 


※ 관련 렌즈 리뷰 :

2018.09.09 - [지나간 도구] - 7artisans 50mm f1.1 M mount

 

7artisans 50mm f1.1 M m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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