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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도구

Apple iPhone 6s Plus

 오늘은 그동안 해봤던 약간 흥미로운 실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스마트폰에 환산 화각 28mm로 카메라가 달려 나오면서 언젠가는 이 화각에 익숙해서 결국엔 왜곡, 이미지 품질에 아쉬움을 느껴 24mm~28mm 대의 광각 단렌즈를 사게 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장한 소비의 당위성을 쌓아 왔다. 캐논 바디를 주로 쓸 때 17-40mm를 팔고 돈을 더 들여 이사벨이라 불리는 24mm f1.4 렌즈를 살까 고민도 했었다. 삼양 TS 24mm로 적당한 간을 봤지만 조리개 값도 아쉬웠고 조리개를 조이면 뷰파인더가 어두워지는 단점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결국 토포곤 25mm 렌즈를 사용하게 되면서 도돌이표처럼 드는 의문이 있었다. '어차피 팬포커스로 찍는다면 핸드폰 카메라가 토포곤 25mm 렌즈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은 워낙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져서 정확한 비교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몇 세대 전 아이폰을 들고 몇 가지 실험을 해보았다.

 

이미지 출처 : Apple.com

 그래도 렌즈가 달려있으니 렌즈 외관부터 살펴보자. 잘 알려진 대로 카메라가 본체로부터 약간 튀어나와있다는 것 외에는 딱히 언급할 내용은 없다. 초점거리 4.15mm (환산 화각 29mm) f2.2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애초에 나에게 핸드폰 카메라는 주차한 장소를 기억한다거나 하는 정보 저장의 목적 이외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장치여서 이렇게 자세히 살펴본 적이 없다. 그래도 렌즈 리뷰이니 렌즈 구조라도 찾아보려고 했지만 위와 같은 이미지 이외에 특별히 의미 있는 내용을 찾지 못해 일단은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려 한다.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아무 생각 없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사진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적당한 테스트를 시작해 보았다. 색감이나 왜곡은 각종 툴로 보정이 어느 정도 가능하기에 일단 찍어나 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사진 해상도가 4032x3024로 꽤나 커서 적당히 보정과 리사이즈를 거치면 웹용으로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용량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동일한 이미지 안에서도 압축되는 정도가 부분마다 달랐다. 구름처럼 변화가 크지 않은 부분은 너무나도 뭉개져 있었고 반면에 나뭇잎이나 부서지는 파도같이 변화가 큰 부분은 그래도 디테일이 잘 살아 있는 편이었다. 

 

 역시나 기대도 말았어야 했다. 마음속으로 무슨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느냐며 꼰대같은 소리를 하며 궁시렁거릴 때쯤, 아이폰 카메라도 일단은 카메라니 로우 파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렇게 아이폰에서 로우 파일을 볼 수 있는 방법을 검색해보았다. 역시 애플은 애플이다. 당연하게도 내가 구매한 카메라의 로우 파일을 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당연하게도 애플은 허락해주지 않았고, 기타 앱을 사용해서만 로우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유료 앱 중에 실제로 로우 파일을 꺼내 올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로우 파일로 꺼내와 보정한 결과물이 너무나도 좋아서 토포곤 렌즈가 무용지물이 될까 무서웠다. 적당한 대체 앱을 검색해 보았으나 무료 앱인 라이트룸이 가장 익숙하고 편리했다. 라이트룸 모바일 앱은 로우 파일로 촬영이 가능하고 무료 버전 앱 내에서도 꽤나 많은 보정이 가능했다. 다만 로우 파일 자체를 꺼내 올 수는 없고 앱 내부에서 현상한 JPG 파일만 카메라 롤에 저장하여 꺼내 올 수 있다.

 

 생각보다 로우로 찍으니 엄청나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구름의 디테일도 살아있고, 보정도 꽤나 잘 먹어서 당장 카메라를 들고 있지 않을 때는 충분히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정도라고 느껴졌다. 그래도 명부/암부 보정이 조금만 과해도 톤이 무너지고 노이즈가 살아난다는 점은 아쉬웠다. 적당한 노이즈가 발생할 정도로만 보정하고 아나로-그 갬성이라고 우겨야 한다. 주위가 충분히 밝고 암부/명부의 차이가 크지 않으면 보정도 쉬웠고 노이즈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워낙 '렌즈'라는 느낌이 없이 손으로 만져 뿌연 상태에서 찍게 되는 경향이 있어 의도치 않은 지저분한 플레어도 생기곤 했다. 또한 원거리라도 주변부 왜곡은 꽤나 심한 편이라 각도를 잘 맞춰 찍어도 왜곡보정은 필수과정이었다.

 

보정 전
보정 후

 이 정도면 사기의 스멜이 느껴지긴 하지만 요정도 까지도 보정이 되더라는 정도로만 참조하기 위해 보정 전/후의 사진을 남겨본다. 보정 전은 라이트룸 앱에서 로우 파일로 촬영만 한 것이고, 보정 후는 라이트룸 앱 내에서 색감, 노출 보정 이후에 JPG로 꺼내와 약간의 왜곡 보정을 거친 것이다.

 

 토포곤 렌즈의 당위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조금만 조건이 안 좋아지면 확연히 이미지 품질이 떨어졌다. 어두운 곳에서 명부와 암부가 확연히 차이가 날 때는 보정을 조금만 해도 계조가 무너지고 노이즈가 작렬했다. 근거리 왜곡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틀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왜곡 보정을 해봐도 삐뚤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야간에는 그냥 찍지 않는 것이 속이 편할 정도이다. 빛 번짐도 심하고 노이즈도 심하다. 자주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한낮에 찍어도 점묘화처럼 모든 디테일이 뭉개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엔 토포곤 사기 잘했다는 억지 정신승리로 마무리를 하고 싶긴 한데... 풀프레임 센서에 유리로 만든 광학렌즈를 써서 찍은 결과물이 고작  4~5세대 전 모델의 코딱지만한 1/2.93인치 센서에 손톱만한 플라스틱 렌즈로 찍은 결과물보다 훨~씬 낫다고 말하고 있는 내가 부끄럽다. 게다가 최신의 스마트폰 카메라 결과물을 보면 보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훌륭한 이미지 품질을 선보이고 있다. 그래도 아직 심도 측면에서 센서 크기의 태생적 단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마저도 결국엔 이미지 처리 방식이나 소프트웨어로 극복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카메라 시장이 어떻니, 인화하려면 센서 크기가 얼마 이상되어야 하느니, 하는 논란은 어쨌든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고 결국 사용자가 편한 대로, 혹은 원하는 대로의 결론이 지어질 것이다. 사진이 업이 아닌 이상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사진을 계속 찍고, 더 마음에 드는 색감을 찾는 사람이 결국 가장 행복한 덕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교장선생님 훈화처럼 뻔한 결론으로 이번 리뷰를 마친다.

 

※ 새로운 핸드폰을 영입하여 지나간 도구로 옮겨봅니다.

※ 관련 리뷰 :

2020/06/24 - [손안의 도구] - Apple iPhone 11 Pro 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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