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유행하여 사진 생활에 브레이크가 걸린 데다 출산이라는 일생일대의 크나큰 이벤트까지 겹치는 바람에 오랜 시간 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작년과 올해 새로운 렌즈를 들이긴 했지만 제습함에서 고요히 이 사태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아쉽긴 하지만 작년 출시와 동시에 구매한 이후 지금껏 찍어둔 사진으로 오랜만의 리뷰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
제일 먼저 외관에 대한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1 프로 시리즈에 적용된 트리플 카메라는 출시 당시에는 인덕션이니 바주카포니 각종 조롱을 정통으로 받았지만 그동안의 뇌이징과 기타 기괴한 멀티-카메라 스마트폰의 창궐로 다시 보니 선녀 같아 보인다. 3개가 별도로 구성된 카메라지만 마치 줌렌즈처럼 작동하도록 '보이게' 해두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은 스틸 이미지를 찍을 때보다는 동영상을 찍을 때 유용했다. 사실 케이스를 사용하지 않는 적이 없어 거슬리지는 않지만,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카툭튀'는 개선되지 않았다.
사실 이번 아이폰은 살 때는 야경 모드, 인물 모드, 초광각 렌즈 등 신기방기한 새로운 기능에 끌려 구매하게 되었다. 호기심에 몇 번 사용해본 결과 일단 인물 모드는 인물과 배경을 자연스럽게 분리해 내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야경 모드 역시 광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이미지 품질이 썩 좋지 않았다. 또한 초광각 카메라는 RAW 파일을 제공하지 않는 점도 이상했다. 앞서 말한 슈퍼두퍼-브랜뉴-펑션에 대해서는 나중에 내킬 때 깊게 파보기로 하고 오늘은 RAW 파일이 제공되는 와이드 카메라와 망원 카메라의 결과물이 이렇더라 정도의 이야기만 해보고자 한다.
핸드폰을 새로 사면서 애플에서 강력하게 추천하는 Halide 라는 앱을 구매했다. ISO, White Balance, 노출 조정, 초점 조정 등등 카메라라면 응당 조절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능을 지원한다. 사실 이런 기능보다는 사진을 RAW로 촬영하고 PC로 꺼내와서 좀 더 입맛에 맞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구매하게 되었다.
먼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와이드 렌즈 카메라에 대해 알아보자. 6s → 11 Pro로 옮겨온만큼 극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했건만 소형 이미지센서의 고질적인 문제인 노이즈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플은 소형 이미지센서의 한계를 각종 소프트웨어 기술로 극복하고자 한다. RAW 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엄청난 광도, 컬러 노이즈를 뭉갠 후 경계를 확실하게 하여 선명한 사진을 만드는 것을 가장 큰 원칙으로 이미지 처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ISO가 320 밖에 되지 않지만 약 십 년 전 발매된 1Ds MK3 센서의 ISO 3200 수준보다 좋지 않은 노이즈는 생각보다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전에 리뷰했던 6s의 경우는 RAW 파일을 바로 꺼내오지 않고 라이트룸 모바일 앱에서 각종 이미지 처리를 하고 JPG로 꺼내 왔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예상해본다. 이미지 중앙의 상단부를 보면 출시 초기부터 회자되었던 고스트 현상도 발생하였다.
명부의 경우 확실히 스마트폰 내부에서 처리한 JPG가 깔끔해 보인다. 하지만 마치 스머지 툴로 뭉개 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확대해서 찬찬히 살펴보면 마치 포토샵에 있는 유화 필터를 씌운듯한 느낌도 들며 과도한 노이즈 제거로 묘한 텍스쳐가 생겨버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PC로 꺼내와 노이즈를 없앤 것이 좋다고 평가하기에는 애초에 노이즈가 너무 많다. 암부는 명부보다 더 극명한 차이가 보인다. 스마트폰이 현상한 JPG는 노이즈 제거가 과도하여 마치 초점이 맞지 않은 느낌마저 난다.
ISO가 50으로 낮아지면 자연스레 노이즈가 줄어들긴 했지만 낮은 ISO 값임에도 노이즈가 상당 수준 존재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이 사진에서는 조금 특이한 특징을 발견했는데 아무리 RAW 파일로 JPG의 색감을 따라 보정하려 해 봐도 비슷해지지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이폰의 보정 알고리즘에는 단순히 명부, 암부, 색조 보정에만 그치치 않고 이미지를 영역별로 나누어 보정하고 색감을 더 뚜렷하게 만드는 기능이 있는 것 같다. 모자란 보정 능력을 감안하더라도 이미지의 선명도, 색감의 자연스러움은 아이폰이 현상한 JPG 쪽이 월등히 좋아 보인다.
이번 사진에서도 명부, 암부를 비교해 보자. RAW 결과물의 컬러 노이즈는 앞서 보았던 ISO 320의 결과물 보다 확연히 억제되어 있지만 광도 노이즈는 여전히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아이폰이 만들어낸 JPG 쪽의 이미지가 훨씬 깔끔해 보이긴 하지만 질감이 뭉개져서 덩어리진 느낌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진에서 기차가 살짝 흔들렸는데 JPG 결과물은 이것을 일종의 노이즈로 인식을 했는지 뭉개진 느낌이 다른 부분보다 심하다.
마지막으로는 ISO 32의 결과물이다. 노이즈가 어디까지 ISO가 낮아져야 없어지는지 확인해 보고자 지원되는 가장 낮은 ISO로 촬영해보았다. ISO 32가 확장 감도인지 확인할 길이 없지만, 어쨌든 노이즈는 발생한다. 왠지 '프로급'이라는 광고 문구에 속은 기분마저 든다. 이렇게 쓰면 안 될 카메라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자책이 자꾸 든다. 쓸데없는 감상은 잠시 치워두고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6s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기본 JPG 이미지 처리 중 가장 참기 힘든 것이 구름의 디테일을 전부 뭉개 버리는 것이었다. 주파수가 높은 영역은 선명한데 주파수가 낮은 하늘과 구름은 유화 같으니 이 두 영역의 이질감이 크게 느껴진다.
명부와 암부를 좀 더 자세히 관찰해보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장 불만인 구름은 여전히 이질감을 보이지만 나뭇잎의 디테일은 확실히 JPG 쪽이 선명하다. 암부도 마찬가지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노이즈는 확실히 주파수가 낮은 단색 면에서 눈에 잘 띈다. 사실 핸드폰 카메라에서 엄청난 성능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꽤나 높은 가격을 받고, 꽤나 고급 카메라임을 표방하였다면 사용자에게 노이즈 제거와 선명도 향상에 대한 '정도의 선택지'를 줬다면 어땠을까 싶다.
구름의 디테일을 조금더 극명하게 비교해 볼 수 있는 사진을 추가해 보았다. 작은 이미지로 보기에도 확실히 아이폰이 현상한 JPG 이미지가 구름의 디테일이 뭉쳐있다. RAW 파일을 현상한 경우는 부자연스러운 뭉침 현상은 없지만 노이즈가 엄청나다. 심지어 위 사진과 똑같이 ISO 32의 결과물인데 컬러노이즈가 상당히 신경 쓰이는 정도이다. 주변부 화질 열화와 겹쳐인지 이미지 중앙부 보다 외곽부에서 노이즈가 더 심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 라이트 룸으로 노이즈를 최대한 억제하였을 때 선명한 느낌은 떨어지지만 그나마 노이즈가 덜 거슬려 보인다.
구름의 디테일을 비교해 보자. 확실히 아이폰 현상 JPG가 RAW 나 RAW 노이즈 제거 결과물보다 첫인상은 깔끔해 보이긴하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봐도 구름이나 나무의 이파리 부분은 유화 필터를 씌운 것 처럼 디테일이 뭉쳐있다. 또한 구름의 디테일이 뭉개진 정도와 바로 밑에 있는 건물이 뭉개진 정도가 서로 달라 이질감이 크다. 위 사진과 비교해보자면 피사체가 큼직하게 찍힌 사진보다 풍경사진 같이 피사체가 작고 오밀조밀한 경우 디테일 뭉개짐 현상이 좀더 쉽게 인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높은 확률로 발생하는 노이즈가 신경쓰이긴 하지만 필름 그레인 같은 입자감으로 활용하기에는 좋았다. 특히 낡고 닳은 소재가 포인트가 되는 사진에서는 그 옛날 필름 비스무리한 색감과 잘 어울리는 입자감을 확인할 수 있다. 빛이 어두워지고 컬러 노이즈가 두드러지는 경우는 한쪽으로 색감의 톤을 몰아 노이즈를 인지하게 어렵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어두운 상황에서도 1 스톱 정도 어둡게 찍어 암부의 미세한 디테일만 살릴 정도로 보정하는 것이 노이즈를 잘 안보이게 할 수 있는 노하우였다. 암부를 조금이라도 과하게 밝게 하면 금세 노이즈가 작렬한다. 직접 RAW 파일을 PC로 꺼내와서 보정하는 것보다 모바일 라이트룸으로 보정하여 JPG를 꺼내오는 쪽이 확실히 노이즈가 잘 억제되어있었다.
센서의 DR은 그닥 좋지는 않은 편이다. 조금만 생각 없이 찍어도 화이트 홀이 생겨 버린다. 습관적으로 노출을 줄여 찍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왜곡은 원거리에서 괜찮은 편이지만 근거리에서는 아직 크게 개선되지는 않은 듯 하다. 특히 근거리에서 원거리로 소실점을 향해 시선이 뻗어가는 사진의 경우에는 왜곡 보정이 어려운 편이었다. 애초에 수평과 평행을 잘 맞추면 되긴 하지만 원하는 장면 찾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고 끙끙 거리며 각도를 맞추기는 왠지 부끄러워 그런지 무심하게 툭 찍고 말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왜곡이 어떤 화면 구성의 사진에서 보정이 어려운지 인지 하고 있다면 피하면 그만이다. 애초에 스마트폰이 엄청난 왜곡 억제와 칼 같은 선예도를 바라고 쓰는 물건은 아니지 않은가. 당장 손안에 카메라가 없을 때 RAW 결과물을 저장해둘 수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마지막으로는 망원 렌즈에 대해 짧게 언급하고 이번 리뷰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이미지의 품위는 와이드 렌즈 카메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와이드 렌즈와 다르게 울트라 와이드 렌즈와 망원 렌즈 카메라는 ISO 20 까지 지원한다. ISO가 조금 낮아지더라도 노이즈 수준은 크게 좋아지지 않는다. 다만 망원 렌즈인 만큼 왜곡 측면에서는 훨씬 좋은 결과물을 보여준다. 조리개가 f2.0 까지 열리긴 한다지만 배경 흐림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하게 '프로급'이라는 광고문구에 놀아나버린 것 같아 부끄러워 칭얼거리기만 하다가 리뷰가 끝나버린 기분이다. 하지만 카메라가 1개에서 3개로 늘어난 것은 어쨌든 없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인덕션같이 볼품없어 보였던 후면도 사실 거의 쳐다볼 일이 없기에 외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 마음도 금방 무뎌졌다. 아이팟과 핸드폰이 합쳐지기만 해도 좋아 죽던 시절은 전부 잊어버렸나 보다. 또한 스마트폰 카메라 하면 아무래도 환산 화각 26mm 즈음의 화각이 가장 익숙하기 때문에 망원과 울트라 와이드 카메라를 잘 쓰지 않게 되는 것도 근거 없는 불만을 부추긴데 한몫했다.
앞선 6s의 리뷰에서 언젠가는 소프트웨어 보정으로 이미지 품질이 일반 카메라와 동등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상했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진정한 의미의 동등 수준이 되기에는 아직도 갈길이 멀었다고 평가를 바꾸어보고 싶다. 실제로 RAW 파일을 꺼내어 민낯을 만나고 보니 노이즈에 대한 해결책이 어떻게든 필요해 보였다. 한편으로는 이번 리뷰 처럼 스마트폰에 App까지 사가며 RAW 파일을 꺼내서 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너무나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것 같긴 하지만, 카메라의 성능 향상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양적 향상과 질적 향상이 함께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비자의 말도 안 되는 투정이라고 봐주면 좋겠다.
※ 관련 리뷰 :
2019/10/02 - [지나간 도구] - Apple iPhone 6s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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