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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의 도구

7artisans 35mm f1.2 FX mount

 잦은 국내외 출장과 연말 송년회의 분위기에 휩쓸려 한동안 글을 쓸 엄두가나지 않았는데 간만에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리뷰를 시작해 본다. 이번에 소개할 렌즈는 7artisans 35mm f1.2 FX mount 이다. 일단 풀프레임 용이 아닌 후지 크롭용 렌즈이며 환산화각 약 53mm의 표준 단초점 수동 렌즈이다. 조리개는 f1.2로 꽤나 밝은편이며 렌즈 코팅색은 진한 보라색으로 자이스 T* 코팅 색과 유사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당히 짙은 보라색이다. 렌즈의 외관은 전설의 라이카 8매와 유사한 형태이다. 조리개는 f1.2~16 범위에서 무단으로 동작하며 조리개 날 수는 9매 이다. 초점거리는 0.35m~5m(∞) 이며 최소초점거리가 매우 짧은 것은 참으로 반가운 스펙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이 렌즈의 구조를 살펴보자. 조나 구조의 변형으로 3군 6매의 구성이다. 앞서 소개했던 M mount 50mm f1.1 렌즈처럼 오리지날 조나와 다르게 조리개 전면의 렌즈 구성이 3매이다. 조리개 후면의 렌즈 구성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Contax T2의 38mm f2.8 렌즈과 가장 구조가 비슷해 보인다. 렌즈 구조에 따른 결과물의 차이를 정확히 구분해 낼 수 없으니 얼렁뚱땅 변덕쟁이 갬성에 의지한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본다.

 뜨거운 여름날이나 추운 겨울이나 한낮의 태양은 실로 엄청나다. X-Pro1의 기본감도 ISO200, 최고 셔터스피드 1/4000sec 으로는 도무지 최대개방 적정노출을 잡기가 힘들다. ND필터가 꼭 필요 할 듯 싶은데 몇번이나 쓰겠다고 필터를 사이즈 별로 장만하겠는가... 이럴 때는 X100 시리즈의 내장 ND 필터가 간절하다. 그나마 억지로 주광조건에서 촬영한 f1.2 결과물이 아래의 사진이다.  피사체와 2~3m의 거리에서 배경흐림이 극적이지는 않으나 마치 점묘화같은 표현이 일품이며 M mount 렌즈 결과물처럼 회오리 보케 느낌이 미약하게 발생한다.

 

 다음으로는 근거리 최대개방 결과물이다. 조리개가 f1.2로 꽤나 큰데도 2~3m 초점 거리에서 전경흐림과 배경흐림이 같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초점이 맞은 부분이 칼같이 선명하지는 않다. 주변부 화질, 광량 저하도 있고 근거리가 아님에도 술통형 왜곡이 꽤나 있는 편이다.

 다음으로 최단 초점거리인 0.35m 근방의 최대개방 결과물이다. 배경흐림의 효과가 가장 큰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유사 조나구조에 걸맞게 중앙으로 모여드는 찹쌀떡 형태의 보케가 발생하긴 하지만 배경흐림이 원본의 결과물과 비교했을 때 덜 입체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원본 렌즈의 배경흐림은 마치 RF 파인더의 이중상이 합치 되지 않았을때 처럼 퍼지는 느낌이라면 이 렌즈의 배경흐림은 피사체 위에 새로운 레이어를 복사하여 가우시안 블러 필터를 적용해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최단 초점 거리인 35cm 에서는 초점이 맞은 영역도 소프트하고 술통형 왜곡도 더욱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렌즈의 결과물이 원본 조나의 결과물과 달라 마음이 아프다. 사랑해 마지않는 X-Pro1에 표준 초점거리의 수동 조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 싶었던 꿈을 실현시켜 주었지만 왠지모를 어색한 결과물에 삐져서 잘 쓰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렌즈가 굉장히 컴팩트한 장점 때문에 부담없이 마운트해 외출 할 수 있다. 폰트가 쪼~금만더 예뻤다면 더없이 좋지 않았겠나 싶지만 이만한 가격에 이정도 결과물을 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억지로 보케를 만들어보면 역시 조나구조의 그것과 같은 형태로 보케가 발생한다. 조이면 과연 10만원대의 렌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선명해진다. (다시한번 로모 미니타-1 렌즈를 사기위한 밑밥을 깔아봅니다) 

 강한 빛에 의한 플레어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긴 하지만 정도가 심하지는 않다. 빛갈라짐은 조리개 매수의 2배인 18방향일텐데 유일하게 빛갈라짐 보려고 찍은사진이 흔들려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기대가 컸던 탓에 약간의 실망이 있었을 뿐이지 가격의 배 이상의 성능을 내주는 렌즈라고 평가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후지 바디의 색감이 좋아서 어떤 렌즈라도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주긴 하지만 f2.8~f5.6 정도로 조여서 찍으면 적당한 선명함, 좋은 색감, 적당한 올드렌즈의 맛을 모두 맛볼 수 있다. 아마 가격이 조금 높았다면 팔고 다른렌즈를 사는데 보탰을 테지만, 언젠가는 생각날 것 같은 매력이 있어 팔지 않고 계속 손안의 장비로 유지 하고 있다. 물론 중고거래를 하기가 번거롭고 귀찮은 것이 가장 큰 이유긴 하지만 유사 조나일지언정 조나는 조나니까 애껴서 오래오래 사용 하자는 얄팍한 다짐으로 이번 포스트를 마무리 해본다.

 

※ 관련 렌즈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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