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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의 도구

Jupiter-12 (ЮПИТЕР-12) 35mm f2.8 L39 Mount

 오늘은 Jupiter-12 렌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 렌즈는 Sonnar 구조를 변형하여 만든 Carl Zeiss Jena의 전전형 Biogon 3.5cm f2.8의 광학식을 가져다 썼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구할 수만 있다면 전전형 Biogon 을 구하고 싶지만 구한다 할지라도 어댑터 등의 제약이 있어 디지털 라이카 바디에는 사용이 어렵다고 한다. 아쉬움을 복각품으로라도 달래보고자 LTM(L39) 마운트로 되어있는 주피터-12렌즈를 구입하게 되었다.

 ※ 라이카 바디에서는 어댑터를 사용 한다고 할지라도 목측식으로만 사용이 가능 하다고 한다. (※ 목측식으로도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마운트 자체가 되지 않네요.) 하지만 아마데오 Contax/Nikon - Sony E 어댑터를 경유하면 소니 디지털 바디에서는 제대로 사용이 가능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렌즈나 어댑터나 구해볼 엄두도 나지 않아 아래의 링크만 남겨본다. 

>>링크<< 

 그래서 구입하게 된 목성 12호는 PT820 버전으로 1952 ~ 1961년 사이에 KMZ (Krasnogorski Mekhanicheskii Zavod) 에서 제작된 마지막 버전이다. L39 to M 어댑터를 사용하여 M Mount 바디 혹은 어댑터를 경유하여 풀프레임 미러리스 바디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X-Pro1에는 후지 정품 M 마운트 어댑터를 사용 하면 끼워지기는 하는데 무한대 초점 근처에서는 간섭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어 실사용 하지는 않았다. 

 렌즈의 외형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 위 사진은 Carl Zeiss C-Biogon 35mm f2.0 렌즈와 구조가 유사한 7artisans 35mm 렌즈와 마운트 면의 높이를 맞춰 놓은 것이다. 최신의 Biogon 구조도 마운트면 아래로 깊숙하게 들어가는 편이긴 하지만 주피터-12 렌즈는 그보다 머리 하나가 더 들어가는 느낌이다. 렌즈 후면이 워낙 커서 마운트 할 때 기스라도 날까 정말 조마조마하다. 

 

 전면에서 살펴보면 렌즈알이 깊숙히 위치해 있고 외부 구조가 후드역할을 해주어서 별도의 후드가 필요하지 않다. 또다른 특이한 점으로는 위 사진에 화살표로 표기되어있는 검은색 노브 부품(?)을 돌려서 조리개를 조절 할 수 있다는 것이다.일반적으로는 렌즈 몸통에 조리개를 조절하는 링이 있는 것과는 사뭇 달라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졌다. 조리개 조절 노브가 작기도 하고 렌즈 안으로 들어가있어 손으로 잘 잡아지지 않기 때문에 필터를 끼워 조작하면 조금 더 편하게 조절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렌즈 구조에 대해 알아보자. Sonnar 기반으로 재구성 된 Biogon 과는 달리 2군, 3군의 형태가 약간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렌즈 재질이니, 코팅과 관련된 내용을 깊숙히 알아 보긴 했지만 왠지 원본을 써보지 못하는 허무함만이 씁슬하게 남아버렸다. 괜한 걱정은 잠시 미뤄두고 적당히 비슷하겠거니 하는 정도로 마무리를 하고 결과물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첫 느낌으로는 컨트라스트가 약하고 물빠진 뉴트럴한 색감이 마음에 들었다. 자극적인 함흥냉면에 익숙해진 입맛으로 슴슴한 평양냉면을 먹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우기고 싶다. 대개 평양냉면이 처음엔 어색하다가 한참 후에 생각나는 것처럼 이 렌즈의 색감도 그랬다. 처음엔 왜이렇게 물이 빠져 보이나 싶다가 나중에 보정할 때 다시 들여다 보면 왠지 모르게 맴 한쪽이 뭉근 해지는 그리움이 든다. 어서 봄이 되어 하늘색과 연녹색이 풍성 할 때 이 렌즈로 사진을 찍어 보고싶다.

 f2.8이라는 조리개와 최소초점 거리가 1m 인 것이 매우 아쉽긴 하지만 최대 개방 + 1~2m 초점에서 조나식의 보케를 미약하게나마 만나볼 수 있다. 나무가지 같은 얇은 직선 요소들은 화면 중앙부에서는 좌우로 나뉘어 흩어지는 느낌이 나고 주변부에서는 방사형으로 펼쳐지는 느낌이 난다. 중앙으로 모여드는 찹쌀떡 느낌의 보케는 주변부 일부분에서만 발생하며 극 주변부에 다다르면 거의 화살표 처럼 뾰족해진다. 

 

 조리개 최대개방 조건에서 주변부 화질은 연식에 걸맞게 좋지 않은 편이며 좌우로 마젠타 캐스트가 발생한다. 근거없는 필름라이크를 좇는 입장에서 이러한 결함들이 오히려 반갑고도 반갑다. 가지고있는 렌즈만의 결함 일 수도 있지만 어쩔때는 주변부가 너무 안좋아서 로모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정말 같은렌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이면 쨍하다. 적당히 f5.6 에서 f8.0 정도로 조여두고 4~5m 정도 거리에 초점을 두고 촬영하면 대부분 초점이 잘 맞아서 스냅찍기에 용이하다. 하지만 광각은 광각인지라 각을 잘 맞추지 않는다면 지저분해 지기 쉬웠다. 광각렌즈 치고 핀쿠션 왜곡이 있는 편이라는 정보를 들었는데 아직까지 눈에 띈적은 없었다.

 50~60년이나 지난 코팅이기에 역광이나 플레어 억제에 대해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다. 조리개를 열면 열 수록 플레어는 쉽게 발생하였고 조리개를 조이면 플레어가 조리개 모양대로 발생했다. 빛번짐 형태의 플레어도 심심치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그래도 정말 강한 빛이 아닌 경우에도 세월을 감안하더라도 흥청망청 나타나지는 않는 편이다. 아직까지는 빛갈라짐을 찍어볼 기회가 없었다. 어서 날이 따듯해져서 밤 거리를 몽유병 환자처럼 거닐며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싶을 뿐이다.

 전전형 Biogon 을 쓸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여러가지 제약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 적당한 어댑터 연결로 라이카, 소니 바디를 통해 전전형 비오곤의 냄새라도 맡아본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어서 봄이 되어 회갈색 사진에서 벗어나 목성 12호의 색감을 제대로 즐겨 볼 때를 오매불망 기다려본다.


※ 여러가지 제약을 이겨내고 CarlZeiss Jena Biogon 3.5cm f2.8 리뷰 해봤습니다 :

 

2020/02/04 - [손안의 도구] - CarlZeiss Jena Biogon 3.5cm f2.8 Contax Mount

 

CarlZeiss Jena Biogon 3.5cm f2.8 Contax Mount

올해 첫 리뷰를 작성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목성12호를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원본 비오곤에 대한 갈증이 점점 짙어져 갔다.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냐고 스스로 포기했다가, 다르면 대체 무엇이 다른 것이냐..

no-bitchu.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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