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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의 도구

Fujinon 55mm f1.8 & 55mm f1.6 M42 mount

 

 이번에 소개할 렌즈는 Fujinon 55mm f1.8 과 55mm f1.6 렌즈이다. 두 렌즈는 후지에서 만든 Fujinon M42 마운트, 초점거리는 55mm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둘의 차이점은 조리개 값, EBC 코팅의 유무이다. 사족을 붙이자면 둘 중 하나는 지나간 도구, 나머지 하나는 손안의 도구라는 점도 다르기는 하다. 같은 초점거리에 비슷한 조리개 값이지만 이 둘의 결과물은 엄청나게 다르다.

 

 지금은 내 손안에 없는 Fujinon 55mm f1.8 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처음 X-pro1에 이종교배를 시작하면서 사용 했던 것이라 올드렌즈에 대해 잘 모르고 사용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뭐 그냥 플라나 구조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묘하게 플라나와는 다른 결과물들이 나오면서 좀더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다. 


 우선 외관은 손안에 들어오는 아담한 사이즈이다. 포커스링이나 조리개의 조작감은 적당히 부드러웠다. 렌즈 전면은 EBC 코팅이 옅은 에메랄드색 + 호박색으로 보인다. 외관의 형태를 기준으로 초기형, 전기형, 후기형으로 나뉜다고 한다. 사용했던 렌즈는 전기형 렌즈이다. 시기에 따른 렌즈 구성이나 광학적 특성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pakira3.sakura.ne.jp

 렌즈 구성은 비오타 구조이다. 플라나 구조 처럼 조리개를 기준으로 구성이 대칭인 점은 동일하지만 조리개 전면이 후면보다 크기가 큰 것이 차이점이다. 비오타 구조 하면 Zeiss Biotar 58mm f2.0과 그 카피렌즈 Helios 44-2 58mm f2.0 렌즈가 대표적이다. 이 두 렌즈는 회오리 보케가 가장 두드러지는 렌즈라고 평가를 받는데 후지논 55mm f1.8 렌즈는 그렇게 회오리 보케가 강한 편은 아니다. 피사체와 거리를 줄일 때만 회오리 보케가 발생했다. 빛이 흐려지는 형태는 바람에 흔들리는 느낌이며 보케는 올드렌즈 답게 약간은 지저분한 느낌이 난다. 

 

브로셔 출처 : http://www.pentax-manuals.com

 소니 a7m2, 캐논1DsMK3, X-Pro1과 함께 사용 했었는데 초록색이 강하게 표현되는 렌즈인 만큼 후지 JPG와 가장 궁합이 잘 맞았다. 초록색 만큼이나 파란색 계열의 색감도 좋았다. 최대 개방에서도 꽤나 선명한 결과를 보여줘서 놀라웠다. 올드렌즈는 그래도 조금은 화질이 안 좋을 거라는 선입견이 산산히 부서지게 되었다. 조이면 선명하지 않은 렌즈가 어디 있겠냐만은, f5.6정도 조여주면 칼같은 선명함을 보여준다.

 

 빛 갈라짐은 조리개 날수와 동일한 6방향이다. 고스트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편이며 플레어도 올드렌즈 답게 꽤나 자주 발생한다. 특히 빛번짐 형태의 플레어가 야간에 자주 발생했다.

 

 올드렌즈에 어떤 특징을 기대해야 하는지 잘 모르던 시기라 그저 또 하나의 더블가우스 타입의 렌즈라고 치부해 버렸다. 게다가 과거의 망령처럼 오이만두로 찍은 사진과 자꾸 비교를 하며 있지도 않은 공간감을 찾곤 했었다. 결국 X-Pro1에 사용할 렌즈를 헬리코이드 어댑터 + 라이카 M마운트 렌즈 조합으로 부피를 줄여서 컴팩트하게 바꾸어 보고자 결국 중고로 판매했다. 

 

 두번째로 이야기 할 렌즈는 Fujinon 55mm f1.6 렌즈이다. 이종교배에 눈을 뜨고 특색있는 올드렌즈를 찾아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검색을 하던 중 발견하게 된, 숨겨진 보물같은 렌즈였다. 국내 블로그나 영미권 포럼에서 하나 같이 이야기 하는 이야기는 후지카 X마운트로는 꽤나 매물이 있지만 M42마운트 렌즈는 희귀하다는 것이다. 마운트에 따라 외관은 약간 다르지만 결과물은 동일하다고 한다. 아무튼 절대 구하지 못 할 거라고 포기하고 있었던 때에 거짓말처럼 중고장터에 올라와 다행히도 지금은 손안의 도구가 되었다. 

 

 렌즈의 형태는 55mm f1.8 렌즈의 후기형과 유사하다. M42-EOS 어댑터를 사용하여 캐논 바디에 사용하거나 EOS - Leica M 어댑터를 추가 하여 a7m2 + Techart LMEA7 와 함께 사용 했다. 생각보다 1DsMK3 와 싱크로율이 좋아 캐논바디에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렌즈 코팅색은 사진으로 잘 표현 되지 않았지만 하늘색과 호박색이 섞여 보인다. 

 

 이 렌즈에 끌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보케 때문이다. 지금껏 사용 해 본 어떤 렌즈보다 보케가 화려하다. 빛이 흐트러지는 형태가 유화를 연상 시킨다. 화면 외곽의 보케의 형태는 중앙으로 모여드는 화살표 같기도 하다. 반면에 이미지 정중앙 일부 부분만 보케가 원형에 가깝게 발생한다. 주밍 보케의 느낌과 찹쌀떡 형태는 조나조은조나와 비슷하여 이 렌즈가 Sonnar 구조가 아닌가 착각을 했었다. 

 

Carl Zeiss Post-War Sonnar 50mm f.15 보케 Sample

 하지만 조나 구조와는 다르게 전경흐림은 배경흐림과 다르게 회오리 보케 형태로 발생 한다. 이런 조합으로 보케가 발생 하는 렌즈를 본적이 없어 참으로 신기했다. 또 한가지 특이한 특징은 플레어가 2중으로 발생 한다는 점이다. 빛이 강하고, 약 45도로 빛이 들이치면 2개의 활시위 모양의 플레어가 발생한다. 빛갈라짐은 조리개 날수의 두배인 10 갈래이며 형태는 굉장히 뚜렷하다. 전면 직사광에 의한 플레어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쉽게 발생하지 않았다. 

 

 개성넘치는 이 보물에 단점을 꼽아보자면 최대개방 화질이 상당히 소프트 하다는 점이다. 초점이 맞지 않은 부분도 수차가 강한 편이지만 초점이 맞은 부분도 약간 수차가 낀 듯이 흐릿하다. 하지만 조리개를  조여 주면 당연히 쨍하다. 

 

 마지막으로 렌즈의 구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정말 이렇게 정보를 찾아보기 힘든 렌즈가 없었다. 온갖 포럼이며 플리커 토론 페이지며 찾아 보지 않은 곳이 없다. 열심히 검색을 해 본 와중에 제노타 (Xenotar) 구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제노타 구조라 함은 4군 5매 구성으로 조리개 전면의 구성이 플라나 처럼 3매로 되어있고 조리개 후면은 두개의 렌즈로 구성 되어있는 구조를 말한다. 과연 Fujinon 55mm f1.6 렌즈의 특징이 제노타 구조에서 기인 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제노타 구조의 렌즈로 촬영한 여러 사진을 봤지만 비슷하게 느껴지는 사진이 없었다. 과연 이 렌즈가 제노타 구조가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이미지 출처 : http://nojysweblog.blogspot.com

 

 그러던 와중에 후지논 렌즈 브로셔를 올려놓은 굉장히 귀중한 곳을 찾았다. 브로셔를 보면 의문이 풀릴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욱 미궁에 빠지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었던 제노타 구조와 앞뒤가 바뀐 반대의 구성이였다. 게다가 2군 렌즈는 거의 구형에 가까웠다. 조리개 전면의 2매 렌즈 구성이나 렌즈의 곡률이 마치 토포곤 같았다. 조리개 후면은 일반적인 플라나와 유사한 구성이였다. 혹시나 브로셔에 좌우가 뒤바뀐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다른 렌즈들을 보니 모두 왼쪽이 대물 렌즈였다. 명쾌한 해답을 얻지 못해 우울해 하고 있던 사이에 렌즈를 분해하여 오버홀한 블로그 포스트를 찾게되었다. 분해한 렌즈 구성을 대략적으로 그려낸 것이 아래 두번째 이미지이다. 브로셔에 기재된 대로의 구성이 맞았던 것이다!

 

브로셔 출처 : http://www.pentax-manuals.com
이미지 출처 : pakira3.sakura.ne.jp

 이 렌즈 구성과 비슷한 렌즈를 찾아 비슷한 결과물 임을 확인 한다면 굉장히 후련 하리라 확신했다. 대형 렌즈 중에서 Linhof 용 Zeiss Planar 100mm f2.8 이나 Zeiss Planar 135mm f3.5 렌즈(이름은 왜 또 플라나 인지...)가 유사한 렌즈 구성인 것은 확인 했지만 결과물은 유사하지 않아 왠지 모르게 더 찝찝해져 버렸다. 하지만 집념의 검색으로 롤라이플렉스 2.8 시리즈 중 제노타 렌즈 버전이 비슷한 렌즈 구성이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동일하지는 않았지만 느낌적 느낌이 비슷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을 확인 하고는 조금은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www.cameraeccentric.com
이미지 출처 : http://antiquecameras.net

 

 나의 찝찝함을 해결하기 위해 오랜동안 검색을 한 것이 아까워 잡담의 마지막이 길고 장황해져 버렸다. 결론이야 어쨌든 이런 보물같은 렌즈가 내 손안에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글과 사진으로 정리를 하고 나니 좋은 것은 더욱 나만 독차지 하고 싶은 나쁜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좀더 많은 상황에서 사용해보고 결과물에 대해 공부를 해 나간다면 소장가치가 더욱 상승하리라 믿는다.


※ Biotar 구조 리뷰 : 

 

2022.06.26 - [손안의 도구] - HELIOS-103 (ГЕЛИОС-103) 53mm f1.8 CONTAX Mount

 

HELIOS-103 (ГЕЛИОС-103) 53mm f1.8 CONTAX Mount

 어제 작성한 지난 리뷰에 급 탄력을 받아, 줄곧 쓰려고 시동만 부릉부릉 걸어뒀던 렌즈 리뷰를 드디어 시작해보려고 한다. 러시아 렌즈는 주피터 시리즈나 인더스타 시리즈가 가장 유명하다.

no-bitchu.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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