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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도구

Carl Zeiss Sonnar 85mm f2.8 C/Y mount

 

 이번에 소개할 렌즈는 Carl Zeiss Sonnar 85mm f2.8 C/Y mount 이다. 사실 C/Y 마운트 85mm 하면 Planar 85mm f1.4 렌즈가 가장 유명하다. 이 렌즈를 구매했던 시기는 오이만두와 기타 캐논 렌즈를 정리하고 미러리즈 카메라와 수동 렌즈로 이종 교배를 시도 할 즈음이였고 많이 써본 플라나 구조가 아닌 다른 구조의 렌즈를 써보고 싶었다. 85mm가 그렇게 선호하는 화각이 아니여서 일단 맛보기로 써볼 생각으로 적당한 가격의 렌즈를 시험삼아 구매 하게 되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조나 구조의 렌즈와 마주하게 되었다.


 외관은 아주 마음에 들어하는 원통형이다. 초점 거리는 1m ~ 15m 범위이다. 생각보다 초점 조절링이 이때껏 써본 50mm대 렌즈보다는 많이 돌아가는 편이라 (약 270도) 세심한 초점 조절이 가능하다. 또한 15m 초점일 때의 경통길이와 비교해보면 1m 초점일때 경통이 약 1.5cm 정도 돌출 하게 된다. 조리개는 f2.8 부터 f22까지 1스톱씩 부드럽게 돌아가며 조리개는 6매이다. 자이스 렌즈의 심볼인 T* 코팅은 연보라색으로 빛난다. 

 

 구조는 렌즈 전면부에 알기 쉽게 Sonnar 라고 써있다. 처음 만들어진 85mm조나는 RF 카메라 용으로 50mm 조나와 구조가 매우 유사하다. 조리개 기준으로 대물 렌즈 쪽이 조금 크고, 접안 렌즈쪽이 조금 작은 정도가 차이점이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렌즈는 SLR 렌즈용이며 구조가 좀더 단순해 졌다. 아마도 RF 렌즈보다 크기가 커져야 함에 따라 약간의 단순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Sonnar 구조가 Planar 구조 대비 대구경화가 어렵다고 하지만 요즘나오는 E마운트, SLR용 AF렌즈 (ZX, ZF 마운트)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한 듯하다. 특수렌즈들을 더 삽입하거나, 구조를 약간씩 바꾸어 f1.8에서 f1.4 까지 대구경화를 달성했다.

 

 가장 먼저 이 렌즈를 사용했던 조합은 X-Pro1 + 렌즈터보2와 함께 였다. 렌즈의 경통 지름과 렌즈터보의 경통 지름이 가장 비슷해서 그나마 싱크로율이 좋은 편이였다. 렌즈터보를 판매한 이후에는 a7m2 + Techart LMEA7 + L/M to EOS 어댑터 조합을 사용하거나 1DsMK3과 사용 했다. 그나마 어댑터를 가장 적게 사용 할 수 있는 1DsMK3와 조합이 가장 자연스럽다. 사실 메탈 후드가 있긴 한데 그 엄청난 사이즈를 도무지 사용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 렌즈는 찍는 컷 마다 '조나 룩'을 보여 주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캐논 흑통 80-200mm f2.8 렌즈도 써봤겠다 망원이니까 f2.8조리개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85mm에서 배경흐림은 극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 피사체와 거리를 줄일 때만 85mm 렌즈의 배경흐림다운 보케가 발생한다. 게다가 보케의 형태도 약간은 회오리보케 모양이라 언뜻 보면 더블가우스 타입과 큰 다른점을 느끼기 힘들었다. 

 

 하지만 색감은 꽤나 진득해서 초록빛 나무잎에 검붉은 먹물이 묻어 나올듯한 느낌을 자주 내줬다. 특히나 전체적으로 어두운 상황에서 약간 노출을 줄여 찍을 때 그 느낌이 배가 되었다. 항상 이런 색감을 내주지는 않았지만 특히나 초록색에 집착하는 나에게는 매력 포인트가 되었다. 

 

 조리개를 f5.6정도 조여주면 모든 디테일이 살아난다. 과연 조여서 좋지 않은 화질을 보여주는 렌즈가 있을까? 아니라면 내가 막눈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에는 5R 사이즈 이상 인화도 하지 않고 대부분은 웹용으로 리사이즈를 하는데 과연 렌즈의 해상력이 어느 정도로 좋지 않으면 모니터에서 확대하지 않고 구분 할 수 있을지 쓸데 없는 궁금증이 들기 시작한다. (로모 미니타-1 렌즈를 사기 위한 밑밥입니다.)

 

 플레어는 꽤나 장엄하게 발생한다. 85mm 화각이라서 그런지 반지름이 큰 원형태로 발생한다. 플레어의 끝에는 무지개가 피어나며 최대개방에서 각도만 잘 맞추면 3줄의 플레어도 만날 수 있다. 빛 갈라짐은 조리개 블레이드 갯수대로 6방향으로 갈라진다. 

 

 자주 발생하지 않지만 그나마 '조나 룩'이 가장 두드러 지게 발생한 예시를 들어본다. 역시나 최소 초점거리인 1m 즈음에서 그 효과가 가장 컸다. 마치 레인지 파인더에서 합치되지 않은 이중상처럼 배경흐림이 나뉘어지다가 점차 거리가 멀어질수록 붓으로 눌러 펴발라 놓은 흐림 형태가 된다. 잎 사이로 비치는 작은 광원들은 이미지 중앙부분에서 찹쌀떡 형태를 보여주는데 그래도 조나는 조나구나 싶다. 

 

 이제와서 이야기 하지만 이번 포스트는 사실 Zeiss Opton Sonnar 50mm f1.5 렌즈를 살 수 밖에 없었던 구차하고 기나긴 변명이다. 바로 아래에 첫 번째 사진을 찍고 난 후에 꿈에서라도 이종교배 가능한 50mm f1.8 정도 되는 조나 구조의 렌즈가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SLR만 써오다보니 SLR 렌즈 이외의 것이 있을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어쩌면 RF용 렌즈를 만지작하다보면 결국 라이카를 사게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였으리라고 되도 않는 핑계를 대본다. 

※ 렌즈를 판매하여 '지나간 도구'로 옮겨봅니다.

 

 어찌 됐건, 이 렌즈덕에 오이만두 이후의 최고의 50mm 렌즈를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걱정대로 라이카도 손에 들려있다. 참 미련한 동물이다 싶다. 하지만 조나조은조나 렌즈를 계기로 렌즈구성이 어떻니 하는 공부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조나에 집착하게 되면서 플라나 85mm에 대한 환상은 조금 접을 수 있었지만 경통안에 가득차있는 유리알을 볼 때 마다 마음이 흔들리는건 사실이다. 부디 요상한 핑계로 이 렌즈를 팔고 f1.4 조리개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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