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종류는 대형, 중형, 소형 카메라로 나누어지며 그 기준은 판형, 즉 필름의 크기이다. 그중에 한번도 손에 들어본적이 없는 카메라가 바로 대형 카메라이다. 마치 상상속에 존재하는 동물처럼 느껴졌다. 대형 카메라 중에서도 뷰카메라에 대한 설명을 보자면 '주름틀의 무브먼트 기능을 이용해서 이미지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한다. 솔직히 이 설명만 들어서는 대체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다만 그 이후에 보여주는 '이미지에 변화'가 일어난 사진의 예시들은 하나 같이 몽환적이고 아름다워 보였다.
틸트, 쉬프트로 알려진 이 기능은 *스타그램의 황금기와 함께 사진을 멋지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필터효과'가 되었다. (엄밀히 따지면 틸트 효과라고 해야 맞지만...) 물론 포토샵을 통해서도 더욱 그럴듯 한 필터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광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은 모두 거짓말이야!' 라는 치기어린 생각으로 소형 카메라에서도 무브먼트가 가능한 렌즈를 찾아 헤맸었다. 하지만 캐논, 니콘 등의 메이저 회사의 틸트, 쉬프트 렌즈의 가격은 나의 치기를 진정 시키기에 충분한 가격이였다. 이베이에서 러시아산 T-S 렌즈를 싸게 살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지만 그 과정의 복잡함과 렌즈의 상태를 보증 받을 수 없다는 후기는 나의 호기심을 잠잠하게 해주었다. 그러던 중 삼양옵틱스에서 T-S 24mm 발매가 결정되었고 출시 이후 몇번의 장터 매복 이후에 사진을 공부하는 학생이 사용하던 렌즈를 양도 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렌즈는 생각보다 크고 묵직했다. TS 렌즈는 렌즈가 움직이더라도 촬상면에 빛이 들어가야 하므로 이미지 서클이 커야 한다. 그래서 렌즈 자체가 클 수 밖에 없다. 중형렌즈를 틸트, 쉬프트 어댑터에 물려 사용하면 소형 카메라에서 TS 렌즈로 사용 할 수 있는 원리와 같다. 대부분 TS 렌즈가 그렇지만 AF는 기대할 수 없고 자동 노출도 되지 않아 렌즈에서 조리개를 조이면 뷰파인더가 어두워져 초점잡기가 어렵다.
틸트 쉬프트 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위 사진은 좌우 틸트 / 좌우 쉬프트가 되도록 스테이지를 조정하고 최대한 틸트, 쉬프트를 해 놓은 상태이다. 틸트, 쉬프트가 되는 각각의 스테이지를 회전하여 원하는 각도로 조정 할수 있다. 그리고 나사 모양의 레버를 돌려 미세하게 틸트쉬프트 조정이 가능하고 반대편에는 스테이지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레버가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렌즈를 마운트 하고 셔터만 누르면 몽환적인 사진을 마구 찍을 수 있을 줄 알았던 기대는 철저히 무너졌다. 물론 광학적으로 흐트러진 착란원과 포토샵으로 만들어내는 블러 효과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르긴 하지만 멀리서 보았을 때는 느낌적인 느낌이 완벽히 구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아래의 세번째 사진 처럼 나무 가지가 많다면 정확히 구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아래의 두개의 사진이 캐논17-40mm로 촬영하여 포토샵으로 미니어처 효과를 준 것이다. 물론 촬영 상황이 다르긴하지만 포토샵으로 효과를 적용한 사진도 꽤나 그럴듯 하다.
물론 이 렌즈는 포토샵으로는 '조금' 힘든 기능을 할 수 있는데 틸트와 쉬프트중 '쉬프트'가 그것이다. 포토샵을 구버전을 쓰고 있어 최신 버전은 가능한지 모르지만 라이트룸에서는 왜곡 - 수직 보정 툴을 사용해서 쉽게 보정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보정 툴이 다양하지 않았고, 필름에 현상된 이미지의 왜곡을 보정하여 인화하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인화가 보편화된 요즘에는 의미가 옅어진 것이 사실이다.
각설하고 다시 쉬프트 기능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 본다. 렌즈를 Z축 방향으로 '쉬프트'하면 누워 보이는 건물을 똑바로 서있는 것 처럼 보이게 할 수있다. 아래의 예시를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건물 사진을 찍게되면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고 촬영하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멀리있는 위쪽이 급격히 좁아지게 보이는데 쉬프트 적용을 통해 아래의 사진과 같이 건물이 똑바로 서있는 것 처럼 촬영 할 수있다. 하지만 롯데타워를 바로 밑에서 찍어도 서있는것 처럼 보이게 하는 마법을 부릴 수는 없다. 건물 크기에 따라 쉬프트를 조정 할 수 있는 한계가 있으며 큰 건물을 찍기 위해서는 더 뒤로 멀리 가서 찍어야 자연스러운 조정이 가능하다. 또한 쉬프트 정도가 심하면 건물 머리부분이 비대하게 뾰족해져 부자연 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조금 비싸고 신기한 장난감으로서는 충분히 좋은 렌즈였다. 그때 당시에는 광각 렌즈에 심취하여 캐논 24mm f1.4 L 렌즈를 사지 않는 좋은 핑계로 제습함에 고이 모셔 두었다. 하지만 캐논 20mm f2.8 렌즈의 구입과 함께 더이상 제습함에서 나오지 않게 되었고 후지 X-Pro1과 함께 사용할 이종 교배 렌즈를 구입하기 위해 중고로 판매를 해버렸다. 특이한 것은 엄청나게 끌리기 마련이고 쉽게 질리게 되는 나의 성격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나의 손을 떠나 서운하지만 주름틀 카메라의 간지에 혹하지 않게 되어 한편으로 잘된 일이다. 이런 저런 실험 끝에 닥터 스트레인지에 빙의 하여 '나는 공간을 지배한다 우하하'를 속으로 외치며 찍은 사진으로 이번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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