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로 군 복무를 시작하게 된 때가 마침 DSLR이 점차 시장에 많이 나오던 시기여서 생각보다 여러 종류의 모델들을 써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찍었던 사진을 구할 수 없어 흐릿한 추억에 의지하여 기억나는 바를 조금씩이라도 정리 해보고자 한다.
복무 중 대부분의 장비는 Nikon을 사용 했다. 바디는 D70, D70s, D100, D200 을 사용했었다. 출시된 순서로는 D100이 가장 먼저이다. 한 자리수 플래그쉽을 제외한 첫 DSLR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지만 외관을 보더라도 F100을 계승하는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2세대 부터는 그립 내부의 빨간색 포인트가 다이얼 하단의 삼각형으로 바뀌게 되었다. D200은 전작들에 비해 확실히 고 ISO 노이즈등의 성능은 좋아졌지만 (그래도 800 이상은 사용이 불가능한 수준이였지만...) 동시대의 캐논 5D에 비해 작은 이미지 센서때문에 항상 비교를 당했던 것 같다. 그보다 D200바디를 기반으로 하는 후지필름의 S5Pro가 굉장히 써보고 싶었지만 장비 투자 목록에 들어갈리도 없었고 제대 이후에는 카메라를 구매할 여유도 없어 손에 쥐어보지는 못했다. 결국 많은 날이 지난 이후에야 X100s와 X-pro1으로 한을 풀게 되었다.
니콘의 고질병인지, 촬영환경 특성상 험하게 다루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립은 항상 들떠있었고 끈적했다는 기억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다. 또한 중요한 행사의 사진은 인화를 해야 했기 때문에 높은 ISO를 사용하지 못하고 외장 플래시를 사용 했어야만 했다. TTL측광이 가능한 플래시를 썼지만 대부분의 실내촬영은 고정된 조건이여서 플래쉬도 수동으로 조정하고 수동으로 노출 설정을 외워 찍곤 했었다.
이미지 출처 : www.nikonusa.com
렌즈는 번들렌즈인 18-70을 주로 사용 했다. 행사사진 촬영이 많았던 만큼 밝은 단렌즈 보다는 여러모로 쓰임새가 좋았다. 하지만 어두운 조리개는 항상 불편했다. 필름 카메라 때와 마찬가지로 28-200도 자주 물려서 찍었다. 하지만 크롭바디에서 쓰기엔 좁은감이 없지 않아 대부분 야외 촬영에서 사용 했다. 요즘에야 번들렌즈에도 손떨림 방지가 들어가지만 이때만 해도 최신식의 슈퍼 멋진 기술이였다. 그런 의미에서 18-200 VR 렌즈는 신기방기한 렌즈였다. 조리개를 조여 셔터속도가 느려져도 피사체가 흔들리지 않는다니!! 하지만 신기함은 이내 익숙함으로 금방 바뀌어 버렸고, 군대를 떠날 시간도 금방 다가오게 되어 많이 사용해보지는 못했다.
이미지 출처 : www.nikonusa.com
이외에 사용해본 렌즈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렌즈는 Tokina 28-70이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풀프레임 대응 렌즈이고 줌에 따라 조리개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AF/MF 변환시에 포커스링 자체가 스위치 역할을 하는 점은 꽤나 유용했다. 마지막으로 초점거리 변화에 따라 렌즈길이가 변하지 않는다. 고급 표준 줌렌즈가 가져야할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단점이 너무 컸다. 무게가 엄청나게 무겁다는 것과 초점거리 변화에 따라 렌즈 길이가 변하지는 않지만 내부 경통은 아주 살짝 움직이는 것은 애교정도의 단점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최대 개방에서는 초점이 매우 소프트하고 피부색이 생동감이 없게 나온다는 것이다. 색감이야 조정이 가능하다지만 최대개방에서 소프트한 것은 행사사진 촬영에서 f4.0 이상의 조리개를 써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용의 빈도는 낮았지만 렌즈특성에 따라 색감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해준 고마운 렌즈이다.
이미지 출처 : www.filmequipmenthire.com
다행히 니콘만 써본 것은 아니였다. 써본 당시에도 생소한 이름의 캐논의 D60이 어느날 장비 캐비넷으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10D 이전에 출시된 카메라이다 보니 인지도가 적었던 것 같다. 그보다 어째서 D뒤에 숫자를 붙인, 니콘과 같은 네이밍을 했는지 모르겠다. 니콘 따라한것이 아닌가 하는 의식을 했을 법도 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1D 출시 이후로는 D가 뒤로가는 이름으로 모두 바뀌었다. 색감은 니콘보다는 따뜻하고 투명한 느낌이였고 ISO를 조금만 높여도 노이즈가 엄청 심했다는 기억이 난다. 그보다는 28-70L 렌즈를 써볼수 있는것이 좋았다. f2.8 고정조리개! L렌즈의 단단한 만듦새! 꿈꾸던 바와 마찬가지로 화질도 좋았지만 초점거리 변화에 따라 렌즈 경통 변화를 가려주는 후드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아래 그림 처럼 최대광각 28mm 일때는 경통이 전진하고 최대망원 70mm일 때는 경통이 가장 짧아진다. 그래서 광각에서는 후드가 빛을 가리는 각도가 넓어지고, 망원에서는 반대로 빛을 가리는 각도가 좁아진다. 장황하게 설명을 했지만 줌을 땡겨도 경통의 변화가 없는 빨간색 띠가 둘러진 렌즈가 가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 www.dpreveiw.com
이미지 출처 : www.opticallimits.com
이쯤이면 끝날법도 하지만, 펜탁스 *ist D도 써봤다. 이번에 포스트를 작성하면서 알게된 부분이지만 펜탁스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라고 한다. K10D 이전 모델이고 꽤나 작은 사이즈가 인상적이였다. 하지만 카메라를 켜는데 시간이 오래걸리고 AF가 느려 선택지가 없을 때만 사용 하곤 했다. 혹자는 경쾌한 셔터음으로 평가 하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쑉각!" 하는 경망스러운 셔터음이 맘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색감은 정말 좋았다. 펜탁스 첫 디지털 바디인만큼 요즘에도 가장 펜탁스스러운 색감으로 칭송받는 모양이다. 이런 바디를 그냥 느린 카메라 취급 하고 말았다는 점은 참으로 아쉽고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미지 출처 : www.dpreview.com
이번 포스트의 마지막 카메라는 올림푸스 E-1이다. 사실 이 카메라는 제대 이후에 친구에게 빌려 사용 해본 것이다. 사용 당시에도 출시한지 꽤나지난 이후여서 조금 성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지만 친구는 카메라를 빌려주면서 "그래도 플래그쉽이다." 라고 했다. 외관은 미놀타의 하이엔드 디미지 시리즈를 연상 시킬만큼 전통적인 SLR의 형태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하지만 손이 쥐었을때 그립감이 굉장히 좋았다. 정확한 비교를 하기엔 어렵지만 위에 언급한 모든 카메라보다 투명한 색감이 인상적이였다. 코닥과 함께 센서를 개발했다는 정보를 접하고는 나즈막히 "사스가... 코닥!"을 외쳤다. 물론 포서즈 판형을 사용함에 따라 심도가 깊은 것이 아쉬운 부분 이였다.
이미지 출처 : www.dpreview.com
세기말/초를 겪어온 특권인지 초기의 DSLR 모델들을 이것저것 많이도 써보게 되었다. 중학교 시절 그렇게도 열망했던 멋진 디카를 종류별로 써보는데는 성공했지만 이 중에 아무것도 나의 소유였던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제대 이후에 그나마 카시오 canU 휴대폰을 사용해서 이것저것 찍긴 했지만 카메라에 대한 갈증을 해소 할 수는 없었다. 사진을 찍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카메라가 없다는 현실이 참으로 허탈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지금껏 좋은 카메라와 렌즈에 대해 공부하고 가지고 싶어하는 강력크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고 과거의 나를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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