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막삼이 발매되던 해에 나는 드디어 나의 카메라를 갖게 되었다. 오막삼 두세대 전이며 최초의 풀프레임 중급형 바디인 5D 이다. 출시가의 반의 반토막도 안되는 가격으로 중고 구매를 했지만 나의 사진 생활은 5D가 발매되던 다다음 해에 단절되었기 때문에 5D만 해도 충분히 좋은 카메라로 다가왔다. 물론 풀프레임을 한번도 써보지 못한 한을 풀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고, 그 때 당시 구매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풀프레임 바디가 5D 였기 때문에 별다른 선택지도 없었다.
바디를 중고거래하고 처음으로 구매한 렌즈는 Canon 40mm f2.8 stm 이다. 캐논 최초의 펜케익 렌즈이다. 렌즈 구성은 4군 6매로 단촐한 편이며 스테핑 모터를 탑재해 자동초점 구동시 매우 조용한 편이다. 사족을 붙이자면 스테핑 모터는 입력하는 신호의 Pulse 폭으로 모터를 구동하기 때문에 정밀한 구동이 가능하다. 다만 특정 각도로 모터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Pulse를 흘려야 하는데 이 때문에 소비전력이 많이 소모되는 편이다. 짧은 지식으로 추측해보건데 AF가 작동한 뒤에 렌즈군을 다른 장치로 고정하고 스테핑 모터 자체는 끄지 않을까 싶다.
이미지 출처 : www.canon-ci.co.kr
렌즈군의 무게가 별로 안되고 렌즈 구조가 간단한 것이 장점인지 MF 렌즈 처럼 전군을 이동하여 초점을 맞춘다. MTF차트를 보면 해상력은 적당히 좋다는 것 같다. 애초에 엄청난 화질을 자랑하는 렌즈는 아니지 않는가. 그보다는 얇은 렌즈를 사용함에 따른 편리함이 가장 큰 강점이다. 렌즈 구조나 크기는 보이그랜더 Ultron 40mm F2.0 SL II 와 거의 똑같다. 여담이지만 배터리 그립까지 달아 놓은 5D나 한덩치 하는 1DsMK3에 사용할 때는 마치 말도 안되는 똑딱이를 들고 있는 것 같아서 재밌는 기분이 들었다.
40mm 화각이라는 것이 사용하기에 따라 애매한 화각이 될 수 있다. 35mm 에 비해서는 확실히 좁고 50mm 에 비해서는 넓어 이도저도 아닌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완전히 광각이 아닌 35mm 화각에서 피사체 정리가 애매하신 분들에게는 적당한 대안이 될 것이다. 대부분 카페, 음식점에서 적당히 음식 사진을 찍거나 반대편에 앉아있는 상대방을 찍기에 좁지 않은 화각이다. 특히 음식 사진을 찍을 때는 어차피 어느정도 조리개를 조여야 해서 2.8이라는 최대 개방 조리개가 아쉽지 않다.
7매 원형 조리개를 채용하여 빛망울이 원형에 가깝고 부드러운 보케가 발생한다. 올드 렌즈들 만큼이나 단순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아웃포커싱되는 영역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처리된다. 역광에서 플레어나 고스트도 잘 억제 되어있고 색수차도 크게 발생하지 않는 편이다. 빛갈라짐은 조리개 날 수의 2배인 14조각으로 나뉘며 그 형태가 굉장히 뚜렷하다.
중고가격으로 10만원이 되지 않는 AF렌즈 중에는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렌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위 '쩜팔'이 50mm f1.8 stm로 리뉴얼 되었고 중고 가격도 10만원대에 형성된 상황에서 굳이 f2.8 조리개를 감수하면서 까지 작은 렌즈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또한 입문용 이라고 하기엔 크롭바디에서 약 60mm 화각이 되버리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가격이 많이 떨어진 6D, 5DMK2 바디 정도에 함께 사용한다면 가성비 좋은 스냅장비 조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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