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on EF 17-40mm f4.0 L 렌즈는 지금껏 사진 생활을 이어오면서 가장 많은 순간과 함께했던 렌즈이다. 다시 한번 사진병 시절 이야기를 해보자면 크롭/풀프레임의 판형 차이, 전용 렌즈의 의미조차 잘 몰랐던 초짜 시절, 초광각 영역의 렌즈가 너무나 써보고 싶어 크롭용 렌즈인 Nikon DX 18-70 렌즈를 필름 바디에 끼워본적이 있다. 18mm 면 꽤나 광각인데 왜 안쓸까 싶었는데... 뷰파인더를 보는 순간 외마디 탄식을 내뱉었다. 이렇게 부끄러운 경험을 하고나니 크롭과 풀프레임 센서의 차이, 각 판형에 사용 가능한 렌즈, 그리고 이미지 서클 크기에 대해 뼈저리게 알게되었다.
카메라를 구입하고 표준, 망원 영역대의 렌즈는 써봤던 터라 이제는 광각 렌즈를 지를 차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검색을 했다. 그 중에 16-35mm f2.8 ii 렌즈가 가장 매력적이고 비쌌다. 중고 가격으로 도 100만원을 훨~씬 상회하는 가격이 가장 큰 부담이였다. 결국 1세대 16-35mm 와 '흑통'과 비슷한 연배의 20-35mm 렌즈까지도 고려했지만 차라리 17-40mm f4.0 렌즈를 신품으로 지르기로 결정 했다. 이 렌즈를 포함해서 신품으로 지른 렌즈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만큼 정말 소중히 다뤘었다.
렌즈 구조는 레트로포커스 기반이라고 판단된다. 실제로는 없지만 바리오-디스타곤 정도의 구조명을 붙여도 될것 같다. 중간중간 저분산, 비구면 렌즈가 삽입되어있다. 사용할 때는 몰랐는데 1군렌즈 중앙이 평평한 모양인 것이 신기하다. 아마도 중간에 있는 렌즈군이 앞뒤로 움직이면 광각에서 준표준 영역 까지 배율을 바꾸는 역할을 할텐데, 이렇게 단면 구조만 들여다 봐서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다시 봐도 신기할 따름이다.
파인더를 들여다본 첫 느낌은 넓고도 넓다 였다. 지금껏 써본 렌즈들은 기껏해야 환산 화각으로 28mm 정도였는데 17mm의 광각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광각 영역에서 1mm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 오밀 조밀한 풍경들을 과장된 원근감으로 모두 담아내는 것이 기쁘고 재미졌다. 그리고 평행과 대칭을 잘 맞추지 못하면 굉장히 사진이 지저분 하게 되버린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썩 잘해내지 못하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광각렌즈의 숙제인 왜곡은 초광각 렌즈 치고는 아주 잘 억제되어있다. 술통형 왜곡이 미약하게 존재하고 17mm 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각종 보정 프로그램을 쓰면 자연스럽게 보정이 되는 정도로 생각하면 될것 같다.
배경 흐림은 조리개 값이 조리개 값인 만큼 매우 약한 편이다. 40mm 화각에서 간이 접사 수준으로 피사체에 근접해 촬영 하지 않는다면 왠만해서 배경이 흐려지지 않는다. 따라서 보케나 배경흐림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f2.8 조리개로 가지 않은 나의 불찰이라고 치부하는 수 밖에는 없다. 한편으로는 아무래 조리개가 밝다고 해봤자 광각에서 얼마나 차이가 나겠냐는 자기위로와 함께 팬포커스 사진에 좀더 매진해 보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 렌즈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알려진 빛갈라짐 효과를 살펴보자. 첫번째 사진은 f13 으로 조여 찍었음에도 그 무언가를 연상시키는 기분나쁜 빛갈라짐의 형태를 보인다. 아래 두개의 사진은 조리개를 각각 f19, f22로 더욱 조여 찍은 사진이다. 결론적으로는 못해도 f19 이상은 조여줘야 그나마 깔끔하게 갈라지는 형태를 얻을 수 있다. 갈라짐의 갯수는 조리개 날수의 두배인 14개이다.
평행과 대칭을 잘 맞추지 않으면 사진이 지저분해지는 탓에 일부러 사선 구도를 택해 찍는 경우가 많았다. 사선 구도에 지저분함을 희석하고 싶어서였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세로로 로우앵글로 촬영하면 다리를 길어보이게 하고 역동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레임 상단에 머리를 집어 넣으면 콘헤드처럼 머리가 길어지기 때문에 적당한 프레이밍이 필요하다.
줌렌즈의 당연한 특성이지만 초광각-표준 화각대를 두루 커버 할수 있어 입맛에 맞게 찍기 좋고 단점이 거의 없는 좋은, 나에게는 과분했던 렌즈라는 평가를 하고 싶은 렌즈이다.
17mm 광각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더 넓은 광각렌즈는 어떨까 싶어 Sigma 12-24mm f4.5-5.6 DG ii 렌즈과 1:1로 교환하게 되었다. 더 넓게 찍히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엄청나게 어려운 렌즈였다. 대칭과 평행이 조금만 맞지 않아도 좋지 않은 결과물이 다량으로 발생했다. 프레임 외곽의 부분이 극단적으로 강조되어 늘어지는 것이 항상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라 쉽사리 셔터를 누르지 못했다. 또한 렌즈 전면부가 구슬처럼 튀어나와있어 행여나 기스가 날까 노심초사 했다. 나의 부족한 내공을 탓하며 1~2회 사용 이후 광각 단렌즈를 구입하기 위해 판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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