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사진은 모두 35mm에서 나온다.
그러나 진짜 작품은 50mm에서 나온다.
그리고 대중은 85mm에 열광한다."
약간은 조미료가 가미된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풀어낸 말의 형태가 어떤식이든 언급한 3가지 초점거리의 렌즈가 가장 많이 쓰인다는 의미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그중에 50mm는 끊임없이 출시되고있으며 각 제조사들의 광학 성능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로 판단하곤 한다. 그리고 가장 사람의 눈과 가장 비슷한 원근감을 보여주므로 보는 이로 하여금 가장 편안한 초점거리라고 수많은 작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나는 Canon EF 50mm f1.2 렌즈를 갖기위한 핑계로 이렇게도 장황하고 번거롭게 스스로를 설득했다. 이 때의 속마음을 솔직히 써보자면 f1.2조리개를 너무 써보고 싶었다. 사진을 찍고 "헐! 뒤에 다 날아갔어!" 외치고 싶었다. 표준화각의 원근감에서 발생할 수 없는 배경흐림과 비네팅이 제공하는 오묘한 공간감 나도 갖고 싶었다. 이제와서 이야기하지만 오이만두 쓸려고 바디도 캐논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세번째 빨간띠 렌즈를 갖게 되었다.
지금껏 써본 렌즈중에 가장 비싼 렌즈였다. 중고로 판매한 것, 지금 가지고 있는것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비싸기도 했고, 가장 써보고 싶었던 렌즈여서 중고로 구매한 이후로는 주구장창 마운트 해서 다녔다. 실내에서 좁으면 좁은대로, 야외에서 망원이 아쉬우면 아쉬운대로 일단 찍어봤다.
처음으로 느낀 50mm의 화각은 답답 그 자체였다. 뭔가를 부각하기에는 애매하고, 많이 담기는것도 아니고, 망원처럼 뒷배경이 시원하게 날아가는 것도 아니였으며 실내에서는 피사체가 너무 크게 잡혔다. 그간 주력으로 사용한 렌즈가 광각줌, 망원줌이였으니 어색할만 했다. 기대와는 다른 생경함에 힘들었지만 "줌렌즈는 악마의 작품이다." 라고 했던 필립 퍼키스의 명언을 끊임없이 되뇌며 50mm 렌즈가 만들어내는 액자가 익숙한 화각이 되도록 노력해보았다.
렌즈구조는 플라나 구조이다. 조리개로 급나누기를 해놨지만 비싸지는 만큼 비구면 렌즈가 추가 된다던지, 앞뒤로 렌즈가 추가 된다던지 하는 자잘한 변화가 있다. 하지만 반스탑이 되지 않는 조리개를 더 열기위해 2~3배 정도의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않다. 이성을 챙겼으면 이 렌즈를 쳐다보지도 않았을텐데.. 결국 갬성의 노예가 되어 조리개가 조금이라도 더 열리는 렌즈를 샀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것이 1.0 조리개에 300만원이 넘는 가격에는 이성을 되찾는다. 사실 포커스 스크린을 구매하러 남대문에 갔다가 50mm f.10 아빠만두를 실제로 마운트 해본 적이 있다. 결과물은 오이만두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아빠만두를 사용하면 어떤 사진이 나올지 엄청 궁금했지만!! 역시나 가격이 가격인지라 이성을 되찾고 샵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f1.2라는 조리개로 만들어내는 얕은 심도는 심심한 화면에 라면스프와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조금만 피사체에 가까이가도 배경흐림이 강해지는 심도놀이는 렌즈를 꾸준히 마운트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얕은 심도 때문에 중앙 AF + 초점 고정 후 프레임이동을 하면 원래 초점맞춘 피사체는 초점이 맞지 않게 되어 AF포인트 이동+Spot 측거점 연동을 사용해서 초점을 맞추곤 했다.
조리개가 조리개인 만큼 배경흐림과 보케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최대개방에서 피사체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플라나 구조의 특징인 회오리 모양의 배경흐림이 강하게 나타난다. 적당한 거리에서는 회오리치는 보케가 억제되고 몽환적인 배경흐림을 보여주는데 너무 부드럽지도, 너무 흐트러지지도 않는 예쁜 보케가 발생한다. 물방울이나 나뭇잎 사이의 작은 틈, 작은 전구 같은 점광원들이 많을 수록 더욱 보기 좋았다. 보케는 발생 경계 부분이 밝고 내부는 지저분하긴 하지만 그 정도가 미약하다.
빛갈라짐은 8방향이며 조리개 날수 갯수와 동일하다. 플레어는 쉽게 발생하는 편이지만 사진의 한 요소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이다. 강한 입사광에 의한 고스트는 심심치않게 발생하는 편이다. 또한 최대 개방 조리개로 촬영하는 경우 극단적인 밝기 차이의 경계에서 수차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편이나 그 정도가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공간감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피사체와 3~5m 정도의 거리 + 50mm의 원근감과 표준화각대에서 나오기 힘든 전경흐림과 배경흐림 + 약간의 비네팅이 합쳐저서 만들어지는 오묘한 느낌이라고 이해 하고 있다. 전경흐림+배경흐림이 합쳐저 피사체가 비현실적인 공간에 갇혀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특히 배경이 근거리~원거리 까지 쭉 어어져있는 경우에 효과가 더욱 좋았다. (※갬성에 의존한 괴론임)
나는 이 렌즈를 통해서 광각줌형 인간에서 표준형 인간이 되었다. '자신의 화각' 처럼 거창한게 아니고 비싼 렌즈 아까우니까 많이 써야지 했던 습관이 만들어준 결과였다. 나 자신은 특별할거라는 착각에 '표준'화각에 익숙해졌다는 현실이 약간 허탈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 해보면 렌즈 제조사마다 빼놓지 않고 내놓는 렌즈가 50mm 렌즈다. 나에게 익숙한 화각의 렌즈가 얼마나 많겠는가! 머리 속 행복회로가 빠르게 돌기 시작한다. 또다른 50mm, 조나조은조나 렌즈를 쓰기위해 캐논바디와 렌즈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지나간 도구가 되어버렸지만 지금까지 가장 만족하며 사용했던 렌즈로 기억 될 것이다.
※ 50mm Planar 구조 렌즈 리뷰 :
2018/09/15 - [지나간 도구] - Carl Zeiss Planar 50mm f1.4 ZE mount & C/Y m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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