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mm 는 나에게 가장 어려운 화각이다. 비슷한 40mm 화각도 분명히 써봤고, 17-40줌 렌즈로도 분명 겪었던 화각이지만 이상하게도 적응이 어렵다. 비싼 렌즈를 써보면 쉽게 적응하지 않을 까 싶어 '사무엘' 이라고 불리는 35mm f1.4 L 렌즈를 갖기 위해 차근차근 자금을 마련하던 중,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시그마에서 'art' 라인으로 35mm 렌즈가 발매가 되었다. 발매 이후 몇번이나 리뷰를 읽어보았고 충분히 좋은 렌즈라는 판단이 들어 신품으로 구매하게 되었다.
외관은 군더더기가 없다. 거리계창, 포커스링, AF/MF 변환 스위치 모두 깔끔 그 차제이다. 마운트 근처 디자인 포인트인 금속 링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광 검정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다만 캐논 네이티브 렌즈가 아닌만큼 바디와 일체감이 조금 떨어지는 점이 유일하고 미세한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렌즈 구성은 11군 13매이며 비구면렌즈, 형석과 동일한 성능의 FLD 글래스, 색수차 감소를 위한 SLD 글래스가 아주 많이 포함되어있다. 사실 이쯤 되면 렌즈 구성이 어찌 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레트로포커스 광학식에서 출발하여 사이사이 수차보정, 왜곡보정을 위한 렌즈들을 넣지 않았을까 하는 무책임한 추론만 해볼 따름이다.
캐논 50mm f1.2렌즈를 사용하는 동안 함께 사용해서 사용빈도가 많이 높지는 않았지만 카메라 가방에는 꼭 넣어다녔다. 카페렌즈라는 별명답게 실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바람에 음식사진이 많이 담겼다.
조리개가 9매 이므로 빛갈라짐은 아마 18방향이 될텐데, 이 렌즈로 야경을 찍지 않아 정확한 형태로 찍힌 사진이 없다. 색수차, 플레어는 많이 억제 되어있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는 미약하게 발생하는 편이다.
빠른 조리개 덕분에 배경흐림은 광각렌즈치고 강하게 발생한다. 최소 초점거리가 약 30cm로 매우 짧아, 배경흐림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기가 용이하다. 보케의 형태는 몽글몽글하지 않고 바람에 흩어지는 형태이며 최신렌즈 치고는 올드렌즈 느낌이 나기도 한다.
다음으로는 공간감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해보고자 한다. 비네팅도 심하지 않은데다가 전경흐림+배경흐림이 동시에 되기는 어려워 대부분 최대개방에서 피사체와의 거리를 줄여 배경흐림에 올인하게 되는 편이였다. 당연한 결과인데도 오이만두와 동시에 비교하며 아쉬워했다.
원경에서 최대개방 주변부 화질은 아주 미약하게 좋지 않은편이다. 하지만 조리개를 조금만 조여줘도 엄청나게 좋아진다. 물론 근거리에서도 조여주면 미친듯이 선명해진다. 신형렌즈를 많이 써보지 못한 탓인지 조였을 때 이만큼 화질이 좋다고 느낀 렌즈가 없었다.
나에게 과분할 정도로 훌륭한 렌즈였다. 오이만두로 인해 표준형 인간이 되어버린 바람에 어색한 화각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이 렌즈를 판매해버린 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35mm 렌즈를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며 손에 들고 있는 자신을 보면 한심하기도 하고 어리석어 보인다. 하지만 언젠가 뒤통수를 뜨끈하고 축축하게 핥고 지나갈 만큼 강렬한 35mm 렌즈를 만난다면 다시한번 35mm 형 인간으로 다시 태어 날지도 모른다는 망상같은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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