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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도구

Nikon 필름 카메라

 이번 글에 언급하는 카메라와 렌즈는 심도 있게 다루기에는 많이 만져본 장비들은 아니다. 다만 사진병 시절에 어떤 장비를 썼었는지 기억/기록 하기 위함이다.

 스무살이 되던 해에 본격적으로 사진에 관심을 가지면서 친구들의 카메라를 빌려 사진생활을 연명했었다. 캐논 똑딱이 파워샷 a80 이나 미놀타 X700, 캐논 EOS5 등을 사정사정해서 빌려 독학을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이론책을 빌려 읽고, 서점의 사진잡지 섹션을 기웃 거리곤 했다. 되지도 않는 렌즈들로 아웃포커싱만 하면 다 좋은 것인지 알았던 때 였다.

 그리곤 시간이 지나 입대를 하게 되었고, 가챠 확률 만큼이나 어처구니 없게도 사진병으로 뽑히게 되었다. 물론 운이 좋았지만 '항공사진'으로 끌려갈 것이냐 '지상사진'으로 빠질 것이냐의 기로에서 혼자서 사진 공부를 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자대 배치 전 본격적으로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사용한 것이 FM2였다.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위해 구매하던 교과서 같은 카메라를 군대에 와서야 써본다는 것은 씁쓸한 현실이였다.

이미지 출처 : mynikons.org

 본격적으로 사진병으로 활동하면서는 필름 카메라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은 디지털로 촬영 했으며 필름으로 남기는 경우는 기록으로서 의미를 가질 때만 사용 했었다. 예를들면 사고기록이나 머그샷 촬영시에 사용 했다. 많은 장비들이 있었지만 기억나는 카메라는 F801s, F100, 정도가 되겠다.

 역사적으로 많이도 팔렸고 기능도 부족함이 없었던 카메라지만 오랜동안 제습 기능이 없는 양철 캐비넷에 잠자고 있어서인지 많이 까지기도 했고 그립부는 끈적끈적했다. F100의 경우에는 고질적인 고무그립 들뜸 도 있었다. 렌즈는 대부분 28-200mm f3.5-5.6D 렌즈나 85mm f1.8D 를 물려서 찍었고 실내 행사에가 있다면 GN45 짜리 Metz 45CL-1과 함께 사용했는데, 그때는 마치 M60을 들고있는 람보가 된 기분마저 들었다.



이미지 출처 : www.mir.com





이미지 출처 : www.nikonusa.com



 마지막으로 딱 하루를 써봤지만 가장 뇌리에 깊게 남은 카메라는 F4s였다. 사용 했을 당시에도 출시된지 약 20년이 지난 카메라였지만 기능적으로 모자람은 전혀 없었고, 손에 쥐었을 땐 없던 자신감도 생겼으며, 누르는 셔터마다 작품이 될 것만 같았다. 게다가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디자인이라니! 카메라를 손에 쥐고 눈을 감아보니 드로리안을 운전하는 상상마저 하게 됐다. 인화/현상을 계약한 외부 현상소 주인장이 사용하던 것을 며칠만 빌려온 것이라 오래 써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였다. 

 하루만 써본 카메라를 굳이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는 이 카메라 때문에 플래그쉽 모델에 대한 환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살때마다 말도안되는 이유로 자신을 설득하곤 하는데 이 플래그쉽에 대한 환상이 훗날 1Ds MK3를 구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이미지출처 : imaging.nik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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