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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의 도구

Apple iPhone 11 Pro Max 망원 렌즈 - 서울 식물원의 사계절

 핸드폰을 바꾼 지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기변 하고 싶은 마음이 1도 생기지 않는다. 지난 리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센서 크기에 따른 노이즈는 아직까지는 강한 편이고 아무래도 소형 렌즈다 보니 렌더링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판단이 들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을 RAW로 찍어 둘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편리하다. 

 좋지 않은 식습관으로 건강이 나빠지는 바람에 점심시간에 회사 바로 앞에 있는 서울 식물원을 매일같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며칠 해보니 너무 지루해서 뭔가 지치지 않고 습관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걸을 때마다 사진을 한 두장씩 찍어 시간의 변화를 담아 기록을 남겨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빠른 걸음으로 걷는데 카메라는 조금 불편할 듯해서 지난 리뷰에서 자세히 다루지 못한 망원 렌즈로만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외관등등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이전 리뷰로 대체하기로 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2020.06.24 - [손안의 도구] - Apple iPhone 11 Pro Max

 

Apple iPhone 11 Pro Max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유행하여 사진 생활에 브레이크가 걸린 데다 출산이라는 일생일대의 크나큰 이벤트까지 겹치는 바람에 오랜 시간 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작년과 올해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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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만 1년을 채우고 6개월이 더 되어가는 길고 긴 여정은 작년 여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망원이라고 해봤자 환산화각으로 52mm이고 가깝게 들이대면 그래도 배경이 날아가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꽃들을 가까이서 찍어보았다. 보케나 렌더링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배경 흐림이 되기는 되는 게 신기했다. 


 작년 여름에는 갑작스러운 비가 많이 와서 방수되는 핸드폰 카메라가 참 감사했다. 역시 모든 것을 다 만족할 수 있는 카메라는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 듯이 높은 습도와 열기는 육체와 정신을 혼미하게 했지만 진득한 사진을 남기기에는 좋은 날씨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매일 걸었으니까요 ㅋㅋ)


 그리고 아무래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담을 수밖에 없는 점은 많이 아쉬웠다. 코스를 새로이 짜보는 등 여러 장면을 보려고 노력해 봤지만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사실 느긋하게 걷는 것도 아니었고 목표한 운동량을 채우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기 때문에 좋은 장면을 보더라도 조금 더 고민해서 내일 찍어야지 하면서 미루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래저래 사진을 찍는 행위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지치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면서 걷곤 했었다.


 가을이 되니 잎들의 색도 달라지고 빛의 각도도 점점 누우면서 사진의 질감이 살아나는 느낌이 좋았다. 여름에는 직각으로 퍼붓는 빛 때문에 쨍했다면 가을의 사진은 전반적으로 대비가 조금은 낮아지는 느낌도 들었다.

 

 사실 이때쯤 한번 슬럼프가 왔었다. 일도 너무 많아지고 정신이 없다 보니 매일 같이 걷지 못하는 기간이 생겨버렸고 다시 습관을 이어가려 하니 처음 시작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기억이다. 아무 생각 없이 걸어야 하는데 자꾸 다리가 힘들다고 지르는 비명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며 마음을 다잡아 봤다.


 예전에 구미에서 한창 XF23mm 렌즈로 팬포커스와 프레이밍을 연습하던 때는 어쩌다 하루 이틀씩만 했으니 참 즐거웠는데 매일같이 그 연습을 하려니 지겨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게다가 장소도 같은 곳이다 보니 새로운 장면을 찾는 것이 고역이었다. 


 겨울이 되니 일단 날씨가 너무 추워서 나가고 싶어지지가 않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아무래도 갈색과 회색만 가득한 장면들은 예쁘게 보정하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도 식물원 한가운데 있는 호수가 꽝꽝 얼어서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 주기도 했고, 눈이 내려 깨끗한 느낌의 사진들을 남길 수 있었다. 

 

 

 가을의 슬럼프를 이겨내고 나니 겨울은 오히려 조금 편한 마음으로 걸었던 기억이 난다. 매일 걷지 못하더라고 스트레스받지 않고 오히려 걷기 힘든 날씨에 마음의 안정을 찾아서 다행히 아니었을까 싶다.

 

 드디어 다시 봄이 되고 꽃봉오리와 새순이 올라오기 시작하니 식물원도 나도 활기를 다시 얻은 느낌이었다. "겨울도 나쁘지 않아~" 했던 생각은 지나고 나니 "어떻게 버텼지? 생각만으로도 질린다.."는 생각으로 바뀌어버렸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아니, 나는 참 간사한 사람이다.


이때는 꼭 점심시간의 서울 식물원 안쪽뿐만 아니라 근처의 다른 곳에서도 작례를 남겨보려는 새로운 시도도 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계절감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더 이상 이어가지는 않았다. 


 봄은 왠지 짧게 왔다 가는 느낌이다. 꽃이 좀 나오려나 하니 날씨가 훌쩍 푸근해졌다. 새롭게 심은 구근 식물이나 꽃들을 보고 나무마다 조금씩 다른 기간에 피는 꽃들을 구경하다 보니 금방 봄이 끝나버렸다.


 그리고 다시 여름이 되어버렸다. 믿기 힘든 습도, 쉼 없이 흘러나오는 육수, 가빠오는 숨...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사진에는 그런 것들이 새겨지지 않아서 참 다행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봄부터 식물원을 조금씩 리뉴얼해서 새로운 장면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지금 쓰는 이 리뷰에 쓸거리가 점점 떨어져 가는 것처럼 1년이 지나니 사진 찍을 거리도 점점 고산지대 산소처럼 희박해지기만 했다.


 쓰다 보니 렌즈의 느낌에 대해 거의 언급할 내용이 없어서 많이 아쉽다. 색감이야 어느 정도까지는 만지면 그만이고 초점 구간별로 특성이나 느낌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초근접 아니면 모두 쨍한 데다가 JPG, RAW 등의 차이는 이전 리뷰에서 모두 언급해 버렸다. 그나마 왜곡이 좋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쉽지만.. 보정하면 그래도 봐줄만한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실은 지난여름이 지나면 작년 여름으로부터 시작한 이 행위를 리뷰로서 마무리하고 걷는데만 집중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리고 역시나 게으름병이 도져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두 계절이 지나버렸다. 다른 렌즈들을 리뷰할 작례들도 충분히 쌓여있는데 왠지 이 리뷰를 먼저 쓰지 않으면 결국 이 리뷰를 쓰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도 한몫했다. 시작했던 마음과는 방향이 많이 달라졌지만 어쨌든 당장 주머니 안에 편하게 RAW 파일을 남길 수 있는 카메라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번 겨울에는 그간의 기변과 쌓아둔 렌즈별 작례를 꼭 정성스레 정리를 해보아야겠다는 다짐으로 이번 리뷰를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