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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의 도구

Leica Summicron Rigid 5cm f2.0 1st & SOOKY-M

 오늘은 처음으로 써보게 된 라이카 렌즈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볼까 한다. 이래저래 재미난 렌즈가 워낙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금액대가 높은 라이카 렌즈들은 아무래도 허들이 조금은 높았다. 차근히 목표를 세우고 총알을 모으다 보면.. 자꾸 니콘탁스 렌즈들이 제발 데려가 달라고 아우성을 쳐서.. 매번 실패하기를 반복하던 중, 드디어 라이카 바디에 라이카 렌즈를 써보게 되었다.

 

 1세대 50mm 리지드 즈미크론은 크게 전기형, 후기형으로 나뉜다. 초점링 부분의 모양과 재질이 차이가 나며 전기형은 좀더 클래식한 맛이 있고 후기형은 좀 더 매끈한 느낌이 좋다는 평이다. M240에서는 바디와 렌즈의 비율이 조금 아쉬웠지만 10 계열 바디에서는 확연히 비율이 좋아진다. 렌즈의 형태와 시리얼에 따라 코팅색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많은 개체를 만나보지 못했고 이번에는 지금 손안에 있는 이 녀석의 느낌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콘탁스 마운트의 테사도 그랬지만 '리지드' 라는 이름은 그 의미와 반대되는 침동 렌즈가 있을 때만이 성립한다. 침동크론과 리지드 테사는 외관뿐만 아니라 구조가 약간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간의 차이에 대한 비교는 먼 훗날을 기약하기로 하고.. 먼저 오늘의 주인공 리지드 크론의 외관을 맛보도록 하겠다. 애용하는 50mm 니콘탁스 렌즈들 보다는 크기가 크고 얇은 편이지만 '제짝'의 조합이란 매우 매력적이다. 가장 라이카스러운 디자인이라는 평을 받는 것도 이해가 간다. 사실 처음 이 렌즈를 구입하고선 사진 찍는 시간보다 마운트해서 만지작 해본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조리개는 유단 조리개이며 1스탑씩 딱딱 떨어진다. 조리개는 특정 구간에서 별 모양이 된다. 코팅은 은은한 푸른색을 베이스로 옅은 보라색이 함께 보인다. 

 

 이전 리뷰에서 썼던 구조 그림을 또 가져왔다. 리지드 역시 대칭형이 기본이지만 대물 렌즈쪽이 더 커서 좀 더 빛을 안정적으로 모아줄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이다. 또다시 다른 그림 찾기를 해보자면 이 네 개의 렌즈 중에 녹턴과 리지드의 구성이 가장 비슷하다. 하지만 결과물은 전혀 다르다. 조리개 값의 탓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프로미넌트 울트론과 리지드 크론의 결과물 느낌이 비슷했다. 이 둘에 대한 비교는 또 다음으로 미뤄두고 이제는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역시나 최대 개방의  근접 결과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쨍하지만 부드럽다.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리지드 결과물은 그렇다. 초점이 맞은 곳을 보면 과연 이게 만들어진 지 약 60년이나 지난 렌즈가 맞나 싶다. 배경 흐림은 당연히 부드러워지는 게 인지 상정인데 특정 거리와 빛이 잘 만나면 보케마저 날카롭다. 바디를 M240과 M10 밖에 못써보긴 했지만 240 바디에의 진득함과 좀 더 궁합이 잘 맞았던 느낌이다.

 

 그다음으로는 근접 이후에 2~3m 영역에서 최대개방의 결과물이다. 그렇지 않은 렌즈는 거의 없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 구간은 표현이 조금은 심심하다. 오밀조밀한 느낌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지만 이 때는 초점면 전면의 흐려짐이 매력적이다. 멍텅한 느낌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얼굴이었다. 게대가 초점이 맞은 곳은 몹시 쨍하다보니 이 둘의 차이가 더욱 입체적인 사진을 선물해 준다. 

 

 색수차는 왜 안보일까 의문이지만..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치고, 강한 빛에 의한 플레어나 빛번짐 마저도 매우 잘 억제되어 있다. 빛번짐이 발생하더라도 매우 은은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어느 각도에서나 걱정이 없다. 초점이 맞지 않은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조금의 글로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역시나 그마저도 흐드러지지 않고 단아한 느낌이 좋았다.

 

 리지드로는 조여서 찍은 사진의 비율이 높았다.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선예도가 좋다. 비네팅도 거의 없고 그냥 다 좋다! 오로지 프레이밍으로만 승부하기에 참 좋았다. 특히 마지막 사진은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고향의 느낌을 오롯이 구석구석 판화로 꾹 눌러 담은 느낌마저 들었다. 직선이 가득한 도회적인 풍경이나 느긋하고 곡선이 많은 시골의 느낌이나 모두 어울리는 결과물을 담아주었다.

 

 최근 리뷰와 다르게 약간 빠르게 진행 한 이유는 바로.. 다음에 소개할 신박한 아이템 때문이다. 바로 SOOKY-M 이라는 근접 촬영용 어댑터이다. 1세대 크론은 1m 초점 거리이기 때문에 약간은 답답할 때가 있다. 특히 카페에서 음료를 찍을 때나 음식점에서 음식을 찍을 때 가장 아쉽다. 그래서 '숙희'라고 장난 삼아 부르는 SOOKY-M를 쓰면 45cm에서 1m까지 초점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다만 수키와 결합한 상태에서 1m 이후의 초점은 맞출 수 없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잠시 잡설로 빠져보자면 'SOOKY'는 바르낙용 접사 어댑터의 이름이고, M마운트로 바뀐 M3이후에는 SOOKY-M 혹은 SOMKY라는 이름이 정식 명칭이다. 하지만 수키, 숙희 라고 부르기 좋아서 대부분 수키라고 부르곤 한다.

 리지드와 수키를 결합하기 위해서는 일단 렌즈의 헬리코이드에서 렌즈 뭉치만을 분리해 낸다. 분리는 그냥 힘을 주어서 나사를 돌리기만 하면 된다. 그 이후에 UOORF 라는 중간 어댑터에 나사로 결합하여 최종적으로는 수키에 부착하게 된다. 이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대개는 수키와 UOORF는 미리 결합해놓고 렌즈 뭉치만 이동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리지드 DR과는 또 다른 모양새가 되어서 꽤나 클래식 해지는 장점은 덤이다. 침동 크론의 경우는 수키와 결합이 훨씬 쉽다. 리지드 처럼 렌즈와 헬리코이드를 분리하는 과정 없이 그냥 접어서 수키에 끼워 넣으면 된다!

 수키와 렌즈의 조합을 바디에 장착하면 거리계와 연동이 된다!! 일반적으로 접사 튜브는 그저 렌즈를 앞으로 튀어나가게만 해주면 된다. SLR의 경우는 그 상태에서 보이는 대로 찍으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레인지 파인더는 거리계와 연동이 되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물론 최신 디지털 바디에서는 라이브뷰로 촬영하면 되지만 수키가 M3의 악세사리 였던 것을 생각해 보면 거리계와 연동은 필수 조건이었다! 이렇게 까지 접사를 해야 하나 싶지만... 찍어본다면 정말 신박하다는 생각만 남게 될 것이다. 

 

 음식사진도 좋지만 장비사진은 서로서로 찍어주고 보여주고 나눠주는 맛이 좋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예쁘고 갖고 싶은 카메라와 렌즈들이 많은지 생각하다 보면 애석하기도 하다. 가지고 있는 장비도 잘 쓰지 못해서 리뷰도 자주 쓰지 못하면서 허덕허덕 제습함을 채웠다 비웠다 하는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 참 애잔하지만... 그래도 이 못난 짓들이 사진 퀄리티에 값진 양분이 되었다고 이때를 위로할 수 있는 경지가 와주기 만을 바라고 있다.

 

 45cm의 리지드는 어떤 느낌일까 매우 궁금했다. 결론은 '그래도 초점 맞은 곳은 쨍하다!' 였다. 그리고 흐림이 앞뒤 할거 없이 눅진해진다. 당연하지만 빛망울의 알맹이도 커진다. 사실 45cm면 일반적인 SLR 렌즈들에서 모두 경험해 봤는데.. 얼마나 레인지 파인더에 익숙해졌다고.. 이제는 놀랍기만 하다. 

 

 꼭 45cm가 아니더라도 결과물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급작스럽게 녹아내리는 배경/전경 흐림과 그 속에 튀어나오는 느낌마저 드는 초점 영역과의 대비가 사진의 즐겨움을 배가 시킨다. 역시 식물원에서 피사체, 배경의 조합이 이러한 특징을 뽑아내기가 참 좋지 않나 생각해 본다.

 

 먹고 마실 것을 찍기에 역시나 좋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는 최대개방보다는 f4.0 정도로 조여주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운 듯하다. 이렇게 그간 맛나게 먹은 것들을 보니 역시 짝꿍 말 잘 듣고 그분께서 가고 싶은 곳에 가면 예쁘고 찍기 좋은 것들이 많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역시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바로 테이블 너머로 담아줄 수 있는 것이 가장 값지다. 잠시만!을 외치며 몸을 뒤로 젖혀야 했던 수많은 날들.. 언제 찍히는 걸까 하는 불안한 표정을 견디며 초스피드로 초점을 맞춰야 하는 힘든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어서 매우 좋다. 여차하면 라이브뷰로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유용하다!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몇 년간 사용해 본 리지드의 느낌은 역시나 나에겐 조금 과분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렇게 쨍해도 되나 싶을 정도인 느낌이라.. 조금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필름에서 엄청나게 좋겠다는 느낌이다. 언제 나의 손을 떠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함께하는 동안 참 행복했다는 기억이 오래도록 남지 않을까 싶은 렌즈들 중 하나로 꼽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