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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색감

치앙마이 색감

 여러 해 전 부모님과 함께 치앙마이로 효도여행을 다녀왔다. 부모님과 함께 가는 만큼 당연히 패키지여행으로 선택했다. 가서 사진기사 노릇이나 하면서 맛있는 음식이나 잘 먹고 오면 다행이라는 생각에 여행 스케줄표 정도만 훑어봤다. 괜히 자세히 알아봤다가 가고 싶은 장소가 생기면 패키지여행으로 온 것을 후회하게 될까 걱정이 됐던 부분도 있었지만 솔직히 귀찮음이 더 컸다. 그리하여 난생처음으로 태국 땅에 발을 디뎠다. 별 기대 없이 출발했던 기분이 무색하게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장면들이 굉장히 많아서 아직까지도 어제 본 것처럼 생생한 풍경이 떠오른다.

 

 도착과 동시에 느껴지는 낯선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정신을 차리고 어떤 것이 다른가 찬찬히 눈에 담아보니 크게 두 가지가 이국스러운 분위기를 뿜어 냈다. 첫 번째는 바로 열대 식물들과 꽃이었다. 특히 바나나, 야자나무같이 잎이 크고 넓은 식물들이 이곳이 열대 기후의 나라임을 확인시켜주었다. 여행을 간 때가 3월 초반이라 아직 한국은 춥고 새싹조차 나지 않은 때였다. 워낙 황량한 풍경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화려한 꽃과 과일이 어색하면서도 반가웠다. 

 

  두 번째로는 겨울을 전혀 대비하지 않은 무방비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정말 주관적으로 밖에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언제나 겨울이되면 시베리아에서 내려오는 차디찬 바람을 맞이하다 보니 여름뿐인 나라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미치지 못했다. 분명 지구과학시간에 지구의 기후에 대해 배웠지만 그저 머릿속에 새겨진 글자일 뿐이었다. 사진으로 잘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대부분 상가 건물들은 1층이 뻥 뚫려있는 필로티 구조였다. 주택들도 단열에 딱히 신경 쓰지 않은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창문과 문은 언제라도 쉽게 열릴 것 같은 느낌이었고 어디서나 바람이 잘 통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따뜻한 기후 때문인지, 태국 사람들의 천성인지 모르겠지만 모두들 여유가 있어 보였다. 일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약간 다그치듯 이야기하면 겁이 나기도 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손짓 몸짓을 해가며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를 이해시켜주려 힘썼다.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보이면 깔깔깔 한바탕 웃으면서 "이츠 오케이!"를 연발했다.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힘든 나로서는 굉장한 스트레스로 다가올 법도 했지만 여행지에서 만큼은 실수한들 이들처럼 여유로웠다. 사람들이 여유롭고 행복해서인지 동물들의 표정에도 여유가 넘쳐 보였다.

 

 다행히 음식과 음료는 입에 아주 잘 맞았다. 자극적인 향신료를 매우 좋아하지만 뷔페에 있는 정체모를 생선 카레는 도저히 먹지 못했다. 패키지여행인 덕에 한국 음식을 생각보다 자주 먹은 것이 아쉬운 포인트였다. 더운 날씨 덕에 간간히 마시는 시원한 음료수도 맛있었지만 특히 Chang 맥주가 아주 꿀맛이었다. 숙소에 돌아와 바리바리 사온 주전부리, 과일과 함께 마신 맥주도 말할 것도 없이 맛있었다. 수많은 전리품들 중에 사무이 코코넛 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행 일정 중에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불교 사원이다. 우리나라 사찰과는 다르게 굉장히 화려해서 눈이 시리다는 느낌이 들었다. 렌즈를 통해 차곡차곡 사진을 쌓아보니 화려함 속에 낡았지만 무심한 듯 잘 관리된 풍경이 많았다. 그리고 집 앞마다 놓인 작은 제단이 무척 인상 깊었다. 제단의 크기와 형태도 다양하지만 각각의 장식과 제단에 놓인 꽃과 음식, 음료도 모두 개성이 넘쳐서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패키지여행답게 중간에 여러 쇼핑몰을 들리기도 했고, 온천도 가고, 배도 타고, 야시장도 갔다. 이 시국에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태국여행 전 유일하게 바다 건너 방문해본 나라는 일본 뿐이어서 생경하고 화려한 풍경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패키지여행은 별로라는 편견도 많이 사그라들었다. 쇼핑몰만 덜 갔다면 정말 100점 메겨줬을 것이다. 그나마 쇼핑몰에서 강제 홍보를 관람해야하는 시간에 홀로 나가 주변 산책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배려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할 뿐이다.

 

 

사용한 렌즈 리뷰 링크 :

2018/10/09 - [지나간 도구] - Canon EF 50mm f1.2 L

 

Canon EF 50mm f1.2 L

"쓸만한 사진은 모두 35mm에서 나온다. 그러나 진짜 작품은 50mm에서 나온다. 그리고 대중은 85mm에 열광한다." 약간은 조미료가 가미된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풀어낸 말의 형태가 어떤식이든 언급한 3가..

no-bitchu.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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