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를 찍는 세트장은 신기하다.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 사진을 찍은 결과물의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세트장을 많이 가보진 못했지만 세트장을 가보고 싶은 대부분의 이유는 현재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어서였다.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뒤적이다 보니 눈에 밟히는 장면들이 남아있어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었다.
낡고 오래된 분위기 속에서 반짝임을 찾기에 좋은 장소임에는 틀림없다. 새로운 작품을 촬영할 때 구조물을 리뉴얼하는 방식이라 촬영한 작품이 오래되었을 때는 세월을 갑절로 맞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게다가 대규모로 늘어져있는 세트장 한가운데 있으면 3~40년 전으로 공간이동 한 듯한 분위기에 압도되기도 했다. 건물이나 구조물의 크기가 실제보다 작아서 눈으로 보기엔 볼품없어 보였지만 인물사진을 찍으면 키가 커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세트'의 바로뒤에는 텅 빈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다. 겉면보다 안쪽은 촬영의 대상도 아닐 테고 방치된 지 오래된 구역에는 쓰레기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한때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몫했을 것을 생각하면 조금 서글퍼지기도 했다.
사용한 렌즈 리뷰 링크 :
2018/10/09 - [지나간 도구] - Canon EF 50mm f1.2 L
세트의 벽면은 대부분 스티로폼으로 이루어져 있다. 당연히 실제와 똑같이 건물을 지을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질감이 사진에 묻어 나오면 아쉬웠다. 더군다나 뜯어진 부분, 약간씩 닳아 스티로폼 안쪽의 색깔이 보이는 경우에는 그 이질감이 더욱 심해진다. 간판의 경우에도 멀리서 보면 그럴듯하지만 가까이 가보면 너무 새것 같아 보이거나 부자연스럽게 낡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공개되어있는 세트장을 가보면 당연히 방문객도 많고 편의 시절도 곳곳에 있다보니 완전히 '세트'만을 떼서 분위기를 만들기 쉽지 않다. 어느 한구석에는 지금이 2010년대 임을 알려주는 소품이 찍히는 경우도 많았다. 완벽히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은 관람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많이 옅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장면을 마주할 수 있고, 방문객이 많지 않은 타이밍만 잘 맞추면 인물사진 찍기에 매우 좋았다. 앞서 어색한 소품들이 엄청 많은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그 부분만 잘 가려서 뷰파인더를 이리저리 움직여보면 어느 한 구석에서는 마음에 쏙 드는 프레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용한 렌즈 리뷰 링크 :
2018/11/25 - [손안의 도구] - Carl Zeiss Sonnar 50mm f1.5 Contax Mount